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손혜원 의원이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수사결과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목포시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일반 시민들에겐 공개되지 않는 대외비 자료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손 의원이 지위를 이용해 대외비 자료를 부당하게 확보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는 검찰이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검은 18일 손혜원 의원을 부패방지법 및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고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3일 손 의원을 소환 조사한 지 보름 만에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손 의원은 당시 밤샘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로써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손 의원은 부동산투기 의혹과 관련해 사실일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고 전재산을 기부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손 의원은 목포시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목포시청의 자료를 두 차례 건네받고 자료 내용을 부동산 투기에 활용했다. 손 의원은 2017년 5월 목포시의 도시재생 사업 관련 자료, 또 같은 해 9월 국토교통부의 목포시 도시재생 계획 관련 자료를 목포시청 관계자로부터 건네받았다. 이어 이 자료를 이용해 같은 해 6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지인 및 가족의 명의를 빌려 도시재생 사업에 해당되는 지역의 건물 19채 등 부동산을 14억원어치 매입했다. 또 검찰은 조카 명의를 빌려 손 의원 본인이 7,200만여원 상당의 건물 2채 등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문제는 손 의원이 취득한 목포시 도시재생 사업 관련 자료가 대외비로 분류된 것이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개발계획과 개발구역들이 명시된 자료기 때문에 내용을 공무상 비밀로 봐야 하고,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있었지만 목포시가 비공개를 결정하기도 했다”며 “소환해 조사한 공무원들도 자료내용이 밖에 안 알려지도록 했다고 일관된 진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도시재생 사업을 설명하는 주민간담회에서도 목포시는 사업계획을 설명했지만 손 의원에게 전달한 자료에 들어간 구체적 사업구역 등에 대해선 비공개하고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손 의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대외비 자료를 받아냈다고 보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손 의원이 평소 지역개발과 문화재 등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의원으로서 목포시 도시재생 사업에 대해 목포시 공무원들과 협의를 하며 관련 자료를 참고용으로 받았다는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목포에 일제강점기 당시 지어진 남아있는 건물들을 활용해 지역발전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그 과정에서 목포시와 접촉해 좋은 사업을 추진해보자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손 의원이 국토부의 목포 도시재생 사업 채택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보지 않고 직권남용 혐의는 무혐의로 판단했다. 앞서 손 의원은 목포 도시재생 사업에 해당하는 부동산을 매입하며 국토교통부가 해당 사업을 채택하고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국토부 관계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손 의원이 국토부 관계자들에게 목포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자고 강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회의원으로서 충분히 행정관료들을 만나 자신의 관심사안을 논의한 것일뿐 압박과 회유 정황은 없었다고 봤다.
이외에도 검찰은 손 의원의 보좌관인 A씨(52)에 대해서 손 의원과 같이 취득한 위 보안자료를 이용해 딸 명의로 부동산 7,200만원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하고 A씨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아울러 검찰은 손 의원에게 목포 지역 부동산을 소개한 B씨(62·청소년쉼터 운영)가 목포시 도시재생 사업계획 보안자료를 절취해 그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도 수사 과정에서 확인해 그를 절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편 검찰은 손 의원이 국가보훈처에 부친을 국가유공자로 지명하도록 직권남용을 한 의혹에 대해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과 부친의 국가유공자 특혜 의혹은 전혀 다른 사안으로 별건으로 수사하고 있어 조만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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