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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넛 "때려서라도 내 여자"…女혐오 가사 막을 방법이 없다

래퍼 블랙넛이 '여성'을 소비하는 문제적 시선

끊임없이 논란, 재판까지 받고있지만 변함 없어

표현의 자유, 자율 규제 원칙...사안 심각하지만

현 심의제도 만으론 막는데 한계...공론화 필요

래퍼 블랙넛 인스타그램 캡처




래퍼 블랙넛(본명 김대웅·30)이 최근 발표한 곡에서 여성을 향한 폭력을 연상케 하는 가사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성적 학대나 폭력을 다룬 곡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송 전파만 통제하는 현 대중가요 사후심의제도 만으로는 사실상 블랙넛 노래와 같은 곡들을 막는데 한계가 있으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블랙넛 가사에 환호하는 사람과 비판하는 사람들

블랙넛은 지난 11일 발표된 래퍼 존오버의 신곡 ‘Bless U’에서 피처링을 맡아 “안 되면 때려서라도 내 걸로 만들래, 오늘 넌 내 여자 아님 반X신”이란 가사로 논란의 중심에 다시 섰다. 과거에도 수차례 여성을 상대로 한 멸시와 비난 섞인 가사로 결국 올해 초 재판까지 받았던 블랙넛이었다. 그는 이번 곡 발표 이후 비판을 예상한 듯 “내 음악 컨셉인 걸 왜 몰라, 오해하면 무너져 난 억장”이라고 랩을 내뱉기도 했다.

블랙넛이 “컨셉”이라고 강조한 그의 노래와 가사들은 상당수 성적 폭력과 욕설, 여성 혐오로 점철돼 있다.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그의 노래는 총 47곡인데, 그중 절반 이상인 27곡에 ‘19금’ 딱지가 붙어있다. 블랙넛은 자신을 “난 너네 여동생의 XXX를 멈출 놈”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누구든 나와 같은 길을 간다면 ‘X나잇’하고 두 줄 뜬 임신테스트기처럼 니 미래 rest in peace”라고 추켜세운다. 그의 가사에서 ‘모델, 아이돌, 여배우, 여대생, 승무원, 선생님, 간호사, 미용사’ 등 수 많은 여성들은 그에게는 피임도구 없이 성관계를 하고 싶은 “먹잇감”으로 소비된다.

블랙넛은 자기 자신을 한없이 ‘찌질이’라고 깎아내리면서도, ‘패배자’이자 ‘열등감’ 지닌 존재로서 여성과 세상을 향한 불만을 가사로 토해낸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 지점에서 블랙넛의 팬들이 생겨난다. 표현 방식이 직접적이고 ‘셀’ 수록 환호하게 되는 것이다.

래퍼 블랙넛(김대웅) 법원 첫 공판 출석 당시. / 연합뉴스




블랙넛은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 서며 지난 몇 년 동안 오명과 인기를 동시에 얻었다. 남성 힙합 씬에서 실력자로 통하는 블랙넛의 팬들은 “노래는 노래일 뿐, 그가 언제 실제로 여성에게 폭력을 가한 적이 있느냐”며 옹호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반면 그의 가사를 불편한 시선으로 본 누리꾼들은 “아무리 가사뿐이라도 공개적으로 여성을 향한 멸시와 폭력을 전시한다, 컨셉으로라도 용납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 문제 된 가사 수정하는 등 자정 작용도…현 심의제도의 한계



힙합곡 뿐 아니라 록, 댄스 등 대중가요 가사 속 엇나간 성 인식 표현 문제는 늘 반복돼왔다. 2월에 신규 앨범을 낸 인디 록밴드 검정치마는 성매매와 불륜을 떠올리게 하는 가사로 논란이 됐다. 검정치마는 과거에도 “음악 하는 여자는 징그럽다”는 가사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중식이밴드 역시 ‘야동’을 주제로 한 노래가 리벤지 포르노를 연상케 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뭇매를 받았다. 지적을 받았던 아티스트들은 가사를 수정하거나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음원을 내리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를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블랙넛의 도발은 계속됐다. 오히려 블랙넛은 자신을 둘러싼 세간의 비판을 즐긴다. 그는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을 향한 디스(disrespect) 곡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는 2016년에 발표한 정규 1집 ‘ㅍㅍㅍ’ 수록곡 ‘part 2’에서 “내가 일베하는 거 봤냐, 나랑 말 섞어본 적도 없으면 XX 좀 마...필요 없어 니들의 쓰레기 피드백, 너네 덕분에 난 곡이 하나 또 나왔네”라고 무시할 뿐이다.



이렇듯 대중가요 속 차별적 가사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수단은 사실상 없다. 1995년 가요 사전심의제가 폐지된 이후 국내 대중음악에 대한 유해성은 사후 심의로 이뤄져 왔다. 현재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음악 평론가·방송PD·작사가 등 관련 전문가가 포함된 ‘음반심의위원회’를 거쳐 유해성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데, 유해물로 지정되면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도록 ‘방송 불가’ 조치를 받는다. 2006년 이후 지금까지 총 1만 2,474곡이 선정성, 비속어 사용, 성행위 묘사, 약물 관련 표현, 불건전교제 조장 등 이유로 유해물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실효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현 심의 제도는 청소년 등 미성년자 피해 여부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사회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대중가요 속 여성 폭력 가사 문제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가요 심의로는 현재 방안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아동에 대한 피해가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휠체어 끼릭끼릭’, ‘김치녀’ 등 블랙넛의 가사 속에 즐겨 등장하는 여성이나 장애인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은 오직 대중의 판단과 같은 자율 규제에만 맡겨져 있는 현실이다. 또한 과거 음반과 방송만 통제하면 음악의 전파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던 시대와 달리 요즘은 인터넷과 스트리밍 서비스로 실시간 전파와 공유가 이뤄진다. 단지 ‘19금’ 딱지와 ‘방송불가 판정’ 만으로는 문제의 노래들을 유통을 사실상 막기 어렵다.

지난 2월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 혐오차별대응기획단 김정학 팀장은 “기득권에 대한 저항과 비판이 힙합의 본질이라고 봤을 때, 일부 선을 넘어선 가사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아직 사회적·제도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성 래퍼 키디비에 대한 성적 모욕 가사로 대중가요로는 최초로 ‘모욕죄’가 성립돼 올해 1월 집행유예와 160시간 사회봉사 판결 선고를 받았던 블랙넛은 오는 7월 22일 항소심 2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그는 재판에서 “힙합에서는 용인되는 가사, 표현의 자유”를 외쳤지만, 당시 판사는 “힙합 장르의 특성을 고려해도 표현이 저급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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