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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지역주택조합제도 폐지 고민해야

진동영 건설부동산부 기자





“솔직히 그 사업장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시공 예정업체로 이름을 올렸을 뿐이고. 나중에 정말 시공하게 될지 어떨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보통 그렇게들 많이 하니까 일단 이름을 빌려 주는 것이죠.”

모 지역주택조합에서 대형 건설사 S사의 이름과 아파트 브랜드를 내걸고 조합원 모집 홍보를 하기에 해당 건설사에 물어봤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자칫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회사의 이미지가 깎일 수도 있지만 건설경기가 불황을 거듭하는 탓에 뭐라고 할 수도 없다는 푸념이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한 번 발을 담갔다가 피해를 호소하는 조합원들이 급증하고 있다. 높아진 대출 규제 속에 청약 도전조차 어려워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다고 꾀는 지역주택조합에 관심을 두게 되는 것이다. 지역주택조합은 사업 예정 지역의 토지를 조합원들이 ‘공동구매’ 식으로 사들여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취지는 좋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민권익위의 2005~2015년 조사 결과 전국 지역주택조합 사업 155곳 중 실제 입주한 곳은 34곳에 불과했다. 성공률이 고작 21.9%다.



상당수 조합원은 늘어나는 분담금을 울며 겨자 먹기로 감수하며 버티거나 수백~수천만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손을 털고 나오는 수밖에 없다. 지역주택조합과 관련된 커뮤니티의 조합원 가입 문의 글에는 “절대 들어오지 말라”는 조언 댓글이 이어진다. 한 조합원은 기자에게 “부모의 원수가 가입한다고 해도 한 번쯤은 말려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성공률이 낮은 사업에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하다 보니 자연히 허위·과장 광고가 판을 친다. 대부분 자체 사업계획안을 마치 확정된 안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서울의 A 지역주택조합은 “3.3㎡당 분양가는 1,670만원이고 지금 조합원에 가입하면 동·호를 선택할 수 있다. 오는 2022년 입주 예정”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마치 확정 분양광고 같지만 이곳은 조합설립인가조차 받지 못한 곳이다.

서울 등 일부 지자체는 피해 사례가 늘자 아예 제도를 폐지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수년 전부터 조금씩 제도를 개선할 뿐이다. 하지만 제도 개선에도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늑장을 부리는 중에도 허위 광고에 속은 새로운 피해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고강도 개선책이 없다면 제도 폐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제 결단을 내릴 차례다.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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