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진이 연기하는 송가경은 업계 최고 포털사이트의 이사이자 KU그룹의 며느리다. 언뜻 보면 엄청난 권력을 지닌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 시어머니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인물. 기업합병 수준의 정략결혼으로 인해 남편인 진우(지승현)가 바람 피우는 것보다 시어머니 장회장(예수정)의 말 한마디에 신경을 더 곤두세워야 한다. 사실 가경이 원래부터 이런 인물은 아니었다. 3년 전만 해도 타미(임수정)과 함께 밤을 새워 일하는 등 능력과 열정이 있었다. 하지만 애정 없는 결혼과 시어머니의 권력에 짓눌린 생활로 인해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버렸다.
지난 19일 방송한 5회에서도 가경의 상황은 쉽지 않았다. 한민규 찌라시의 주인공으로 본인 대신 타미가 실검에 오른 후 가경은 시가 식구들과 함께 식사자리를 가졌다. 실검에 조작이 있었다는 정황을 알고 있던 가경은 장회장을 의심했지만 장회장은 이를 가볍게 부인했다. 이어 장회장은 사돈의 갓김치를 보내라고 가경에게 지시하면서 사돈 역시 그런 거라도 해야 마음 편할 거라고 말했고, 가경은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한 채 알겠다고 대답했다. 귀가하는 차안에서 가경의 복잡한 심경이 드러났다.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던 가경은 꿈이 뭐냐고 묻는 희은에게 “사라지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삶이 외롭고 고단한 가경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대사였다.
이렇게 복잡다면한 송가경을 전혜진은 섬세한 연기로 표현한다. 장회장이나 타미와 있을 때는 차갑고 빈틈 없어 보이는 반면 차현과 함께 할 때는 따뜻하고 친절했던 선배로 돌아오는 가경. 차가움과 냉정함, 외로움과 따뜻함의 경계에 있는 인물을 전혜진은 상황에 따라 순간적으로 달라지는 눈빛과 표정, 흡인력 있는 대사전달로 입체적으로 완성시켜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 개연성을 높인다. 실검에서 내려가게 해 달라고 매달리던 한민규에게 도와줄 수 없다며 정신차리라고 차갑게 거절했던 가경이 자살시도 한 한민규가 회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도와 죄책감이 뒤섞인 표정으로 눈물을 보이는 장면과 실시간 검색어 조작의 배후가 남편이라는 타미의 말을 듣고 아연해 하는 장면은 전혜진의 연기 내공을 십분 느낄 수 있었던 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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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역시 가경의 캐릭터를 반영한다. 전투복처럼 어깨선이 강조된 직선 위주의 테일러드 재킷은 삶이 전쟁터처럼 느껴질 정도로 힘들지만 속마음을 드러낼 수 없는 가경의 캐릭터를 상징, , 냉정하면서도 절제된 분위기를 연출하며 몰입을 돕고 있다.
이렇듯 외적, 내적으로도 완벽하게 가경으로 분한 전혜진에 대해 시청자들 역시 “배우님 이 역할에 찰떡”. “전혜진 대박이네...”, “눈빛, 딕션 미치겠다 캐릭터 찰떡이야ㅠ”라며 호평을 아끼지 않고 있다. 냉정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송가경이 전혜진의 인생 캐릭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주원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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