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은 일종의 정밀농업입니다. 일사량과 습도·풍향까지 과학적으로 통제하는 스마트팜을 도입한 후 생산량이 두 배로 늘어났고 비용도 30% 가까이 절감됐습니다.”
전북 익산에서 농업법인 ‘로즈밸리’를 운영하는 정병두(48·사진) 대표는 생육 자동측정 및 환경제어 솔루션 등을 갖춘 스마트팜에서 토마토를 길러 한 해 6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가 3,000평 농지에서 생산하는 토마토는 주로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하고 일부는 일본 등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그는 토마토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토마토는 아주 역동적인 작물”이라고 말했다. 온도나 수분량이 조금만 변해도 곧바로 생육 과정이 달라지는 토마토에 반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개인의 경험이나 감으로 농사를 짓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이제는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 과학영농으로 바뀌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에서 스마트팜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정 대표는 지난 2008년 다니던 반도체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와 처음에는 장미를 재배했다. 하지만 2011년 일본 대지진으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가 토마토로 품목을 갈아탄 계기다. 그 과정에서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는 선진 농업기술을 배우겠다며 네덜란드로 건너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재배 방법을 배웠다. 그는 “네덜란드에서는 연구기관들이 농민들의 애로사항을 전달받아 문제점을 개선하고 결과물을 일일이 피드백해주는데 그 모습이 무척 부러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반도체 근무경력 덕택에 물관리 제어 시스템도 직접 개발하고 국산 ICT 장비를 활용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로즈밸리는 현재 농촌진흥청과 연계해 빅데이터 기반의 생육환경도 분석하고 있다.
로즈밸리는 얼마 전 중국 농림당국의 차관급 인사까지 둘러보고 갔을 정도로 성공적인 스마트팜으로 꼽힌다. 정 대표는 “중국 측에서는 10만평 규모의 온실을 얘기하더라”면서 중국의 거센 추격이 무섭게 느껴졌다고 했다. 다만 그는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판로를 확보하는 게 문제라면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제 스마트팜 규모를 더 키우고 토마토를 가공·처리하는 공정까지 갖추는 꿈을 착실히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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