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분마다 제게 첫마디로 감사하다고 하시는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결승전에 대한 아쉬움이 떠오릅니다.”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을 사상 첫 결승으로 이끌며 ‘제갈용’ 별명을 얻은 정정용(50) 대표팀 감독은 “대표팀에 쏟아졌던 국민적인 성원을 새삼 실감한다”면서도 우승까지 다다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2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U-20 대표팀 폴란드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 나섰다. 월드컵 기간에 내린 결정들 가운데 후회되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그는 “결승전(우크라이나에 1대3 패배) 당시 기온이 섭씨 34도였다. (그렇게 더운 것은) 대회 내내 처음이었다”며 “여기에 대해서 더 세부적으로 준비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기술연구그룹(TSG)과도 얘기를 나누며 최대한 잘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쉬웠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선제골 이후에도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지키려는 생각 때문에 수비 라인이 내려갔고 라인을 올려야 한다고 지시했지만 체력이 고갈돼 있었다”며 “선수들도 의지가 있지만 따르지 않았던 부분이 컸다”고 돌아봤다.
정 감독은 자율과 규율의 절묘한 조화로 선수단을 똘똘 뭉치게 했다. 이에 대해서는 “코끼리를 어릴 때부터 묶어놓으면 커서 밧줄을 풀어줘도 거기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선수들은 어릴 때 ‘하지 마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통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존중해주고 자유를 주는 대신 규칙을 만들어 위반했을 때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선수들이 알아서 지켜준 게 고맙다”고 했다.
많은 축구 팬들은 독일 분데스리가의 측면 공격수 정우영이 대표팀과 함께했다면 어땠을지 궁금해한다. 정 감독은 직접 바이에른 뮌헨 구단을 방문해 정우영의 차출을 요청했으나 소속팀 일정과 이적 협상 등 문제로 끝내 합류가 불발됐다. 정 감독은 “정우영은 플랜A였다. 아르헨티나전(조별리그 3차전)부터라도 합류시키려고 했는데 뒤에 벌어진 일(이적 관련)이 있기에 선수를 위해 안 되겠다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탈모 약을 쓰고 있다는 사실도 털어놓은 정 감독은 “국민에게 받은 것을 되돌려드릴 수 있는 플랜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해나가겠다. 유소년 정책부터 잘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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