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선버스·방송·교육서비스·금융 등 근로시간 단축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며 다음달부터 주52시간제를 적용받는 업체 중 추가 준비기간이 필요한 곳에 한해 선별적으로 계도기간을 3개월 주기로 했다. 노선버스업은 요금 인상에 시간이 걸리고 다른 업종도 노사 협의를 마칠 시간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요청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 대신 법의 적용 시점만 석 달 남짓 늦추는 데 그치는 것이어서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고용노동부는 20일 이재갑 장관 주재로 열린 전국기관장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300인 이상 특례제외업종 사업장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을 보면 우선 노선버스업은 오는 9월 말까지 계도기간을 적용한다. 요금 인상까지 시간이 걸리고 개별 업체마다 근무체계를 개편하거나 신규 인력을 채용 중인 점을 고려했다.
이외 업종에서도 선택근로·재량근로·탄력근로 등 유연근로제 도입을 위해 노사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곳에 한해 9월 말까지 계도기간을 적용한다. 계도기간에는 장시간 노동에 관한 근로감독 대상에서 제외하고 이 기간이 경과한 후 진정이 접수되거나 근로감독 과정에서 노동시간 위반이 적발되면 통상 3개월의 시정기간을 주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사실상 최장 6개월의 시간을 버는 셈이다. 단위 기간이 3개월을 넘는 탄력근로제 도입이 필요한 사업장에는 관련 법 개정이 완료될 때까지 계도기간을 준다. 계도기간 부여 대상 사업장이 되려면 이달 말까지 노동부에 주 52시간제 시행을 위한 개선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음달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받는 업체의 대부분은 유연근로제 도입 준비를 거의 마쳤으며 일부 업체의 요청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주52시간제 적용 대상인 특례제외업종 기업은 총 1,047곳이다. 이 중 주당 노동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가 한 명이라도 있는 사업장은 전체의 11.9%인 125곳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곳은 노선버스업이다. 주52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 비율이 전체의 5%를 넘는 사업장 67곳 중 노선버스 업체가 38개로 가장 많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전국에서 추가로 필요한 인력이 국토교통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약 4,300명이다. 가장 채용 규모가 큰 경기도에서만 인원 수요가 최대 3,900명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경기도의 경우 업체별로 임금 수준이 다르고 새로 채용한 사람도 1~2년도 안 돼 떠나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경기도는 버스요금 200원 인상을 결정했지만 실현 여부는 오는 9월까지 가야 결판이 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기도의 노선버스 요금 인상과 관련해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는 이미 마쳤다”며 “수도권 통합 환승할인제에 따라 환승 시 지역별로 어떻게 나눠 갖는지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협의하는 데 평균 4개월 정도 걸려 (요금 인상은) 9월께 확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요금 인상을 통해 마련할 재원을 어디에 쓸지를 두고 노사가 의견 차를 보이면서 지난달 임단협을 하지 않았던 시도에서 파업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버스기사의 처우 개선과 추가 채용에 오롯이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버스회사들은 적자 해소에 일부를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금융업 가운데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 종사자에 대해서는 관련 고시를 개정해 재량근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두 직무는 재량근로 대상이 아니었지만 전문성과 근로시간을 재량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특성 등을 고려해 현장에서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한 점을 고려했다. 재량근로제는 업무 수행 방법을 노동자 재량에 맡길 필요가 있을 때 노사 합의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재량근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직종은 신상품 연구개발, 기사 취재·편성, 영화 제작 등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규정하고 있다.
/세종=박준호·강광우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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