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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 "한반도 비핵화 적극적 역할"...트럼프 보란듯 북미협상 개입 피력

[中최고지도자 14년만의 방북]

시진핑 "한반도 문제 정치적 해결 지지" 北체제 보장 시사

김정은 "중국과 계속 소통 노력" 북미협상에 中 뒷배 활용

G20 앞두고 견고한 북중혈맹 과시 트럼프 압박 거세질듯

북한을 국빈방문한 시진핑(왼쪽 두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한반도 비핵화와 양국간 경협방안에 대해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CCTV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건설적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면서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북한 및 관련국들과 협력을 강화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지역의 장기 안정에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남북미 구도로 진행되고 있는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시 주석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외교가에서는 비핵화 해법과 관련해 북미 간 입장 차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중국까지 끼어들 경우 북핵 협상은 더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이 북중정상회담 띄우기에 총력전을 펴는 것은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이 갖는 정치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과 북러정상회담의 ‘노딜’로 위상이 흔들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 내 권위를 다시 확고히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실제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중국은 계속해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한다”며 “중국은 북한이 자신의 합리적 안보 및 발전에 관한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주겠다”고 김 위원장이 가는 길에 대한 분명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에 김 위원장은 “북한은 인내심을 유지하겠다”면서 “북한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을 높게 평가한다”면서 “계속 중국과 소통하고 협력해서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 진전을 거두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로 고립무원 상태에 빠진 북한의 외교 상황을 볼 때 시 주석의 방북은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 주석은 방북길에 딩쉐샹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 등 당 조직과 외교뿐 아니라 경제 분야의 사령탑을 총출동시켰다. 김 위원장도 시 주석에게 민생 개선에 중점을 둔 새로운 전략 노선을 관철 중이라며 중국의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의 경험을 더욱 배우고 싶다는 뜻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주석으로 1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용기가 20일 오전11시40분께 북한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북한 의장대가 시 주석 환영 의식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CCTV 캡처=연합뉴스


시 주석 역시 이례적으로 관영방송을 통해 이례적으로 북중정상회담 내용을 빠르게 전하며 대북 영향력을 과시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이 같은 행보가 미중 패권 전쟁의 분수령이 될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담판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에 따른 홍콩 시위로 수세에 몰린 시 주석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북한 카드를 활용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 1년간 북한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많은 적극적인 조치를 했지만 유관국의 적극적 반응을 얻지 못했다”며 “계속 중국과 소통하고 협력해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 진전을 거두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도록 하겠다”며 비핵화 협상과 관련 시 주석의 지분을 인정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전날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관한 자신들의 새로운 안(案)을 시 주석에게 설명하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한 바 있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는 북미 양자 대화에서 중국이 포함된 다자협상으로 양상이 변화할 경우 미중 무역전쟁과 남중국해 항행 문제 등 복잡한 변수가 추가돼 비핵화 협상이 더 꼬일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대북 식량과 관광 등 규모가 있는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북한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인다”며 “김 위원장은 미국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는 만큼 대미 강경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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