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1~5월) 들어 경찰에 신고된 민주노총 등의 노동계 집회는 총 1만6,580건으로 전체 집회(3만4,275건)의 48.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에서 열린 전체 집회 2건 가운데 1건꼴로 전국에서 하루 평균 100여건 정도의 노동 관련 집회가 벌어지는 셈이다. 노동계의 집회 장악은 사실상 허가제로 관리되던 집회시위가 신고제로 바뀌면서 예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집회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면서 노동계를 중심으로 집회시위 자체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면서 “신고는 늘고 장소 중첩 등으로 집회를 불허하는 금지통고는 거의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찰이 무분별하게 집회를 허용하면서 합법적인 집회 외에 충돌이 우려되는 등 불법적인 성격을 띤 집회를 사전에 걸러내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불법·폭력행위가 발생한 민주노총 주도의 노동계 집회 7건 중 3건이 이미 한 차례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기물·경찰장비 등을 파손한 경험이 있는 단체의 동일 성격의 집회였다. 무단점거나 폭력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데도 신고된 집회는 무조건 허용하다 보니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폭력이 우려되는 집회시위 현장에는 대화경찰관 등 대응 경력을 추가로 배치하고 있지만 규모가 큰 집회일수록 인력만으로 불법행위를 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불법·폭력집회가 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단속되는 인원은 오히려 줄고 있다. 올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으로 입건된 인원은 총 173명으로 지난해(429명)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반면 올해 5월까지 집회시위 현장 등에서 부상당한 경찰관은 총 55명으로 전년도(84명)와 비교하면 이미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 이를 두고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한 집회시위 대응 방침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현 정부 들어 차벽·살수차·채증 금지 등 집회 대응을 ‘강경’에서 ‘유연’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경찰도 최근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불법폭력성이 강화되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적극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최근 불법·폭력집회와 관련해 “우리 사회의 법질서를 퇴행시키고 있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노동계의 불법·폭력행위를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이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도 최근 불법·폭력 기조로 돌아선 집회·시위 현장의 분위기를 감안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집회시위가 늘어났다는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도 비례의 원칙에 따라 적절한 공권력 행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평화적인 집회시위에 대한 대응을 전제로 과도한 공권력 행사는 불필요하다”면서도 “평화적 집회시위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비례의 원칙에 따라 일관적이고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성욱· 서종갑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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