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 예산 대비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증가율을 적용해 500조원 이상 ‘슈퍼예산’으로 편성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외경제 불확실성의 장기화 가능성이 크고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하에 이 같은 확장적 재정 운용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야권은 문재인 정부의 ‘재정 중독’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며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가 요구한 내년도 예산·기금 총지출을 취합한 결과 올해 예산(469조6,000억원)보다 6.2% 늘어난 498조7,000억원이라고 발표했으나 민주당 내부적으로 이 정도 규모로는 현재의 경기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윤후덕 의원은 이날 “미중 간 무역갈등과 화웨이 갈등 등의 후폭풍, 국내 반도체 경기상황 등을 보면서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며 “국가채무비율도 상당히 여유 있게 내려가 채무 악화 부담에서도 벗어났으니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증가율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지난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은 최소한 올해 예산 증가율 9.5%를 감안한 수준에서 편성할 필요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이 같은 구상을 언급했다. 이해찬 대표 역시 1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하향 조정돼 (재정 건전성에) 여지가 생겼으니 그런 것을 고려해 재정 운용을 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일단 당정협의 등을 통해 당의 입장을 반영해 전년 대비 예산 증가율을 높여가겠다는 계획이다. 조 의장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기재부가 취합한 부처 요구 예산의 6.2% 증가율보다 높여야 한다”며 “내년 세수전망과 경제전망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해 증가율을 어느 정도로 가져가야 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올해 수준(9.5%) 이상은 돼야 하고 500조원을 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원내지도부를 비롯해 기재부 출신인 김광림·송언석·추경호 의원 등이 주축이 돼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경제상황과 재정정책을 보면 정부 재정을 무한정 확대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확대했을 때 부작용과 후유증이 얼마나 큰지는 모든 나라의 경제 사례를 살펴봐도 다 나와 있는 문제”라며 “그런데 이 정권은 선전선동 차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재정’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모든 것을 안아드리겠다’고 한다. 다 그냥 거저 국민들께 드릴 것처럼 홍보하고 선전하면서 내년 총선까지 끌고 가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경제통인 추 의원도 “기축통화를 쓰지 않는 한국이 확장적 재정정책만 고수하다가난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지금 재정 수준이 괜찮다고 해서 돈을 막 쓰다가는 역대급 ‘먹튀 정부’로 자리매김한다”고 말했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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