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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뮤지컬 '엑스칼리버'] 한국인 정서 파고든 전설의 왕 아더

넘버에 인기 팝발라드 장르 입혀

사랑·배신 등 스토리 몰입감 배가

영화 마블 시리즈만큼 스펙터클도

70명 전투신은 공간·기술적 한계

뮤지컬 ‘엑스칼리버’ 프레스콜 행사가 열린 1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엑스칼리버’는 색슨족의 침략에 맞서 혼란스러운 고대 영국을 지켜낸 신화 속 영웅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이다./오승현기자






100억원 대의 블록버스터급 제작비가 투입되고 EMK뮤지컬컴퍼니와 세종문화회관, 카카오가 합자해 제작 과정부터 기대를 모았던 뮤지컬 ‘엑스칼리버’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엑스칼리버’는 화려한 무대, 한국인의 정서를 파고드는 호소력 짙은 넘버들, 권력다툼·사랑·배신 등 인간사를 화해와 용서로 풀어낸 메시지가 영화 마블 시리즈만큼이나 스펙터클 했고 대중의 감수성을 파고들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지적돼온 EMK뮤지컬의 단점인 스토리 역시 다양한 버전으로 재해석되고 서양 판타지 문학 성립에 막대한 영향을 준 전설의 왕 아더 이야기를 통해 상당 부분 극복됐다.

6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이야기는 이렇다. 양아버지 엑터의 밑에서 자란 아더는 성인이 되는 날 드루이드교의 대사제이자 마법사인 멀린에게서 자신의 과거와 정해진 운명에 대해 듣는다. 왕이 될 운명이라는 멀린의 말에 아더는 의심을 갖지만 곧 왕이 되는 사람만이 뽑을 수 있다는 바위에 꽂혀 있는 검 엑스칼리버를 뽑게 된다. 그가 왕이 된다는 것은 곧 들이닥칠 색슨족의 침입에 대비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진다는 의미다. 천방지축에 욱하는 성질의 청년 아더는 점점 왕으로서의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동안 ‘운명의 여인’ 기네비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기네비어를 본 순간 멀린은 아더에게 ‘왕이 될 것’이라고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둘이 결혼을 할 것이라고 예언을 한다. 아더는 왕으로 추대되면서 자신에게 이복 누나 모르가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더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아더의 아버지가 야망이 큰 모르가나를 가둔 비극적인 사건이 드러나면서 극은 점점 하이라이트로 향해 간다. 모르가나는 복수를 꿈꾸고 아더는 제 멋대로인 성격을 잘 다스리지 못해 아내 기네비어, 충신이자 ‘절친’인 랜슬럿과도 관계가 악화한다. 그러는 사이에 기네비어는 랜슬럿과 불륜 관계에 빠지고 모르가나와 아더, 그리고 모르가나의 복수를 저지하려는 멀린의 숨 막히는 권력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처럼 재해석됐음에도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아더라는 인물에 대한 친숙함에 익숙한 이야기로 대중성을 확보했다.





‘엑스칼리버’의 백미는 아더의 누나 모르가나다. 영화 ‘기생충’에서 지하실에 사는 근세가 ‘비밀병기’이자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라면, ‘엑스칼리버’에서는 모르가나가 바로 이 역할을 담당한다. 모르가나가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을 얘기할 때, 자신을 비극적인 운명에 빠뜨린 이들을 향해 복수를 결심할 때, 그가 부르는 호소력 짙은 넘버들은 온몸에 전율을 일으킨다. ‘지킬앤하이드’ ‘웃는 남자’ ‘마타하리’ 등을 작곡한 미국 출신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대부분의 넘버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 발라드 장르를 입혀 극의 몰입도를 배가했다. ‘엑스칼리버’의 넘버들은 ‘불후의 명곡’에 나오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명곡들을 대거 모아 놓은 듯 절절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 때문에 와일드혼이 가장 한국인 정서에 맞게 작곡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엑스칼리버’는 아더 역에 카이·김준수·도겸, 모르가나 역에 장은아·신영숙, 랜슬럿에 엄기준·박강현·이지훈 등의 캐스팅이 주목받았다. 카이는 순수하면서도 제멋대로인 소년 아더가 청년으로 왕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자연스러운 연기로 완벽하게 표현했다. 여기에 성악을 전공한 그의 가창 실력은 와일드혼의 음악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이를 무대에서 마음껏 펼쳐 보여 극찬을 받았다. 장은아 역시 카리스마 넘치고 한이 서린 모르가나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박강현도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는 랜슬럿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그러나 ‘엑스칼리버’ 제작 당시부터 기대감을 높였던 70여 명의 배우가 투입되는 전투 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엄홍현 EMK 대표는 영화 ‘300’을 연상하는 장면이라고 했지만 무대라는 공간의 제약과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다소 어설펐다. 특히 슬로모션의 전투 신은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수정과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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