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법조계에 따르면 21~23기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 사이에서 윤 지검장 취임 이후 옷을 벗지 않고 검찰에 계속 있겠단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윤 지검장의 선배인 21~22기 10명은 고검장으로 승진한다면 되도록 잔류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지검장의 동기인 23기 검사장 9명은 고검장 승진이 안 되더라도 자리를 지킨다는 분위기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21~22기 검사장 일부는 고검장으로 승진하지 못하더라도 머문다는 기류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관례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검찰에서는 신임 검찰총장 인사가 나면 총장 기수 이상 검사장급 간부는 모조리 옷을 벗었다. 실제로 2017년7월 문무일 현 검찰총장이 지명되자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 등 6명이 사의를 표명했다. 2005년 전임보다 네 기수가 낮아진 정상명 전 검찰총장 때도 동기 3명만 고검장으로 머물고 나머지는 용퇴했다.
이들이 관례대로 하지 않는 것은 청와대의 윤 지검장 파격 지명으로 사실상 고위직에 오를 영예를 박탈당할 상황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21~23기 중엔 검찰 간부의 최고봉인 고검장이 21기 박균택 광주고검장 뿐이다. 고검장 자리는 9개여서 보통 한 기수당 3~4명은 고검장에 오르는데, 이대로 나가면 고검장에 도전도 못해보는 것이다. 이들은 만약 이번에 19~20기가 검찰총장으로 지명됐으면, 차기 검찰총장도 노려볼 수 있는 위치였다. 심지어 23기 9명의 경우 검사장으로 승진한 지가 2년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사장과 고검장에 대해선 외부의 평가와 대접이 하늘과 땅 차이”라며 “고검장을 목전에 두고 물러나기엔 충분히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번 정권이 전 부처에서 기수파괴 인사로 세대교체를 이끌어내고 있는 가운데 검찰에서는 제동이 걸리게 생긴 상황이다. 이같은 분위기가 굳어질 경우 최대 30명까지 예상된 고위 간부 사퇴는 10명 내외에 그쳐 ‘윤석열발 인사태풍’은 미미할 수도 있다. 용퇴가 확실시 되는 인사는 현재 고검장이면서 검찰총장 후보군에 속했던 19기~20기 7명 정도다. 이는 정권교체기와 맞물렸던 문무일 검찰총장 취임 때보다도 적은 인사 폭이다. 당시에는 선배·동기 기수의 용퇴 및 징계성 인사, 불명예 퇴진 등이 맞물려 검사장급 이상 간부 15명이 줄사퇴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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