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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여정, ‘기생충’이 전하는 삶의 아이러니 “완전히 알겠어”

“심플함이 연교의 힘”

‘기생충’ 속 연교는 재미있는 여자이다. ‘완전히 알겠어’라고 누가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험한 일을 겪어본 적 없는 연교 특유의 순수함은 관객에게 예상외의 순간에 웃음을 안기며, 자신은 철저하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가장 순진한 그녀로 인해 스토리 전개는 탄력을 얻는다.

이 모든 건 봉준호 감독과 조여정 배우가 만나, 새로운 조여정을 끄집어낼 수 있어 가능했다.

개봉 25일 만에 900만 관객을 돌파한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그린 ‘가족 희비극’이다.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배우 조여정은 글로벌한 IT기업의 젊고 유능한 CEO ‘박사장’(이선균)의 아름다운 아내 ‘연교’역을 맡았다. 그가 연기한 ‘연교’는 교육과 가정일을 전적으로 맡아 책임지고 있는 인물. 성격이 심플하고 순진해서 남을 잘 믿는 허술한 안주인이다.

조여정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봉준호 감독님이 나한테서 이런 면을 끄집어내려고 하는 구나’라는 느낌이 들어 흥미로웠다”고 했다. 푼수끼도 있는 연교를 연기하는 것은 새롭고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봉 감독님은 어떤 시선으로 나의 새로움을 꺼낼까 싶어서 흥분되고 신났다. 내 안에 너무 당연하게 있어서 나 조차도 몰랐던 부분들을 연교를 연기하면서 끄집어 낼 수 있었다.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이 나온 것 같다.“

‘인간중독에서 진지한 장면의 공기를 뚫고 올라오는 그녀만의 묘한 기운을 감지한 봉준호 감독의 러브콜로 연교가 된 조여정. 예상외의 허점을 보이지만 능청스러운 연기가 빚어내는 웃음이 매력을 배가시켰다.



무엇보다 “연교가 진지하지 않고 재밌는 여자라는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했다. 다리미로 다린 듯 완벽한 ‘심플함’이 연교의 가장 큰 매력이란다. 그에 따르면, 연교는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 후 아이 둘을 낳았다. 사회적 경험이 없이 남편을 가부장적으로 느끼면서 사는 여자이다.

“연교는 좋은 사람이다. 나쁜 의도가 없는 사람이다. 남편이 가장이니까 일을 잘되기만 바랄 수밖에 없다. 자신이 아내로서 뭔가 해야지 싶으니까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연교는 아이들 교육에 힘을 쏟지만, 정작 정서적으로 엄마가 필요한 아이들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그러니 자식의 장래만 보고 좋은 선생님을 찾는 일에만 몰두한다. 이는 연교가 딱 자신이 아는 만큼, 그렇게 살아온 만큼만 행동하는 것이다. “

조여정은 그 누구보다 ‘기생충’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는 “관객 여러분들이 부담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 생각된다. 하지만 막상 보고 나면 정말 여러가지 생각이 들 것 같은 영화이다”고 말했다.

“ 아무도 의도한 사람이 없고 무의식에 한 행동인데, 저렇게까지 그럴 수 있다는 게 너무 이해가 되지 않나. 두 가족의 경제적 빈부와는 달리 마음의 빈부격차가 참 재밌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떠올렸을 때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편견을 뒤집은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리함과 센스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내 영화인데도 내가 재밌어했다”



극중 기우(최우식)의 캐릭터에 크게 이입을 하면서 영화를 관람했다는 조여정. 그는 “우리 시대 청년으로 대표되는 기우에 마음이 가 있어서, 연교로서도 결코 기우네 집안 사람들이 밉지도 않더라”고 전했다.

“이 가족의 절실함이 너무 보였다. 나쁜 의도로 했다기보단 뭐랄까 다른 선택권이 없는 상황에서 내린 결정들이라 밉지 않았다. (냄새 등)악의 없는 언행이 누군가에겐 씻을 수 없는 수치심을 주는 장면도 안타까웠다. 우스꽝스럽게 흘러가다 정말 말도 못 하는 비극으로 빠지는 삶의 아이러니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연교는 보이는 게 다고 그 이외의 것을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는 연교를 전적으로 대변했다. 연교처럼 “믿을려면 열심히 들어야 하니까”라고 말하며, 기택 가족에게 최선을 다해 집중했다고 털어놨다.





“ 내가 하게 될 모든 것들이 다 기택 가족에게 있었다. ‘헨젤과 그레텔’에서 가는 길을 빵으로 유인하듯, 연교가 추진력 있게 갈 수 있게 기택네 이야기에 엄청 집중을 했던 것 같다. ‘완전히 알겠어’ 이렇게 딱 믿어버리니까. 내 답은 다 ‘기택 가족’ 여기에 있다고 봤다. 연교가 하게 될 것들이 다 이 사람들의 말과 행동 안에 있으니까.”

올해로 데뷔 23년차. ‘조여정의 재발견’이란 호평 속에서 ‘기생충’은 그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그는 “‘기생충’은 제 2018년의 전부예요“라고 말했다. ‘조금 더 나아지고 싶다’는 연기에 대한 고민은 계속 될 것이다.

“‘기생충’은 2018년 제가 보낸 시간의 전부다. 배우들이 한 작품을 하면 적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이에요. 작품을 말하면 그 때가 떠오를 정도니까. 그냥 보내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제가 선택한 거니까 책임을 져야죠. 그것에 대한 책임이 큰 것 같다. 점점 작품과 함께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 커지는 것 같다. 매번 새로운 작품이니까 두렵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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