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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나랏말싸미’ 송강호·박해일·전미선, 한글 창제의 무게와 품격완성

조철현 감독이 20년간 품었던 한글 창제의 숨은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나랏말싸미’가 역동적 드라마를 예고했다. 오늘날 물과 공기처럼 쓰고 있는 한글을 만들기 위해 신념을 다한 사람들로는 배우 송강호, 전미선, 박해일이 나섰다.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 제작보고회가 6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렸다. 배우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과 조철현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랏말싸미’는 1443, 불굴의 신념으로 한글을 만들었으나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영화 ‘나랏말싸미’의 연출을 맡은 조철현 감독은 제21회 춘사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한 ‘사도’(2015) 외에도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 ‘황산벌’(2003) 등 각본을 맡았던 영화들을 통해 탁월한 스토리텔링 실력을 인정 받은 바 있다.

배우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조철현 감독이 25일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철현 감독의 15년 노력이 담겼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한글 세미나를 다니는 것은 물론 전국 사찰을 다니면서 많은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조철현 감독은 “평상시에 사극을 만드는데 자주 참여하면서 우리의 오천년 역사 중에서 가장 위대한 성취는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이라고 생각했다. 훈민정음을 영화로 만들고자 한 건 15년 정도 됐다“고 털어놨다.

조 감독은 ”몇 년 전에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 사이에 신미 스님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많이 끌렸다. 또 나라의 공식 문자를 만드는 과정이 왜 비밀 프로젝트였는지 관심이 갔다”고 영화를 만들게 된 기획의도를 전했다. 한글의 창제 원리와 과정을 씨줄로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만난 여러 인물들의 인연을 날줄로 해서 만든 이야기다. 그는 “기독교 국가에서 왕이 이슬람 성직자와 문자를 만드는 거랑 비슷한 거다. 그 설정을 근간으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집팔 과정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조 감독은 “사실 어머님 평생 한이 글자를 모르는 것이었다”고 털어놓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하기도. 그 누구보다 영화의 완성을 기뻐했을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신 것.

조철현 감독이 25일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세종대왕의 위대함 뒤에 가려진 ‘인간 세종’을 그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싶었다는 조철현 감독. 그의 바람대로 ‘세종’은 어떤 인물이건 입체성을 더해 약동하는 감정으로 기억되게 하는 송강호를 만나, 그 역시 우리와 똑같이 좌절하고 고뇌하는 평범한 인간이었음을 그려낸다. 또한,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의 세종과 함께 새 문자를 만들었던 스님 ‘신미’(박해일)를 스크린에 불러내며 ‘한글’ 탄생을 둘러싼 기존의 통념을 깰 예정.

송강호가 연기한 ‘세종’은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 정신이 투철한 임금으로, 글은 백성의 것이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한글 창제를 시작하고 맺은 인물. 새 문자 창제를 반대하는 신하들과의 끝없는 힘겨루기, 소갈증(당뇨병)과 안질(눈병) 등의 지병 등 악조건 속에서도 필생의 과업으로 모든 백성들이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는 새 문자를 만들고자 한다

세 번째 사극에 도전하는 송강호는 “4년 전 ‘사도’에서 영조대왕을 하고 또 다시 왕을 하게 됐다. 그것도 성군인 세종대왕님을 연기한다는 게 부담이 됐다. 그러나 이 기회에 안 하면 언제 해보겠나 생각이 들었다”고 출연계기를 밝혔다. 그는 “세종대왕에 대해서는 흔히 아는 이야기가 많지만 한글을 만드는 과정과 왕으로서 외로운 고뇌를 심도 깊게 접하고 만나지는 못했던 것 같았다. 고통스러운 환경 속에서 가지고 있는 신념을 이 작품을 통해 느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특히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업적 외에 그분의 고뇌, 군주로서의 외로움, 신념 같은 것들이 스크린 속에 배어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종을 도와 새 문자 창제에 힘을 보태는 스님 신미 역을 맡은 박해일은 ”세종대왕님의 이야기와 동시에 위대함에 가려져있던 고뇌하는 평범한 모습을 담아냈다는게 인상적이었다. 또한 한글 창제의 과정 안에서 조력자가 신미 스님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컸다. 그 호기심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 “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배우 송강호, 박해일이 25일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조 감독은 “박해일이 신미 스님에게 빙의했다“고 극찬을 보이며 ”보통 천년 고찰의 스님들은 자부심이 강하신데 저를 찾아와서 박해일씨는 진짜 스님같다고 하실 정도였다.“고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한글 창제에 뜻을 보탠 품이 너른 여장부 ‘소헌왕후’ 역은 배우 전미선이 맡았다. 전미선이 연기한 ‘소헌왕후’는 세자가 아니었던 어린 이도에게 임금이 되어야 한다고 권했던 현명한 배우자로, 왕비가 된 대가로 친정이 역적으로 몰리게 된 인물. 나라가 금한 부처의 말씀을 진리로 받들며 다스리고, 스님 ‘신미’(박해일)를 ‘세종’(송강호)에게 소개해 필생의 과업인 문자 창제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전미선은 ”보통 한 가정의 아내들은 내조를 하지만 별로 티가 안 난다. 그래서 마음이 아픈데 제가 하고 싶었던 말과 성품이 정확하게 소헌왕후 안에 있었다. 이 작품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출연계기를 전했다.

특히 전미선은 영화 ‘살인의 추억’(2003) 이후 16년 만에 재회한 송강호, 박해일과의 호흡에 감격스러움을 전했다. 송강호 역시 ”너무 오랜만에 만나게 돼 반가웠다. 내겐 두 사람 모두 영화적 동지다. 박해일과 전미선은 친동생 같고 특히 전미선은 친누님같은 느낌을 주는 동생이다. 내겐 가족 같은 사람들이다“며 반가운 마음을 밝혔다.

신분과 종교의 차이를 넘어 불굴의 신념으로 한글 창제에 함께했으나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가 기대감을 더한다. 조철현 감독은 ”우리가 물과 공기처럼 쓰고 있는 글자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위대한가, 위대한 건 결과인데, 왜 위대한지 그 과정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 “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그러면서 “아마 모든 위대함의 배경에는 상처가 있는 것 같다. 상처를 극복한 뒤에 위대함이 있다. 그걸 함께 느끼셨으면 한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등 명품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한글을 만들기 위해 신념을 다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낼 영화 ‘나랏말싸미’는 7월 24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양문숙 기자]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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