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정선거의 내막을 폭로했던 남성의 딸이 29년 전 실종돼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공안 당국이 인근에서 발견된 유해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실종자의 가족의 요구를 무시하는 등 진상 규명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신경보와 명보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실종자 궈(郭)모 씨의 아버지는 1982년 허베이 성 한단(邯鄲)시 페이샹(肥鄕)구의 한 선거 과정에서 규정 위반 등이 있었음을 발견했다. 궈 씨의 아버지는 이러한 사실을 폭로했고 결국 지역 간부 수십 명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궈 씨의 아버지는 이후 당적에서 제명되고 월급을 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당했고 궈 씨 역시 자료 작성 등 아버지를 돕다가 직장에서 해고됐다. 다시 복직한 궈 씨는 1990년 당직 근무를 하던 중 실종됐다.
실종 3년 후 인근의 한 공장에 있는 마른 우물에서 돌덩이가 짓누르고 있는 한 구의 여성 유해가 발견돼 궈 씨의 가족들은 현지 공안에 감정을 요구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부모가 당일 오후 현장에 갔을 때 유해는 이미 사라졌고 가족들은 이 유해의 행방을 현재까지도 알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가족들은 경찰이 감정 결과를 내놓지 않자 2017년 소송까지 제기해 승소했지만 현지 공안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등 이유로 집행을 거부했다. 최근 가족들은 마른 우물 발굴에서 인골로 추정되는 뼈를 찾아냈고 관련 기관에 감정을 요구한 상태다.
이번 사건이 재차 주목을 받는 것은 최근 중국 후난 성에서 16년 전 실종됐던 학교 교직원이 피살 후 학교운동장에 매장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는 상황과도 관련 있다. 중화권 매체들은 궈 씨를 ‘반부패 영웅의 딸’로 표현하며 이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신경보는 “마른 우물에서 발견된 뼈가 궈씨의 유해인지는 감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궈씨의 실종이 부친의 폭로와 관련된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멀쩡히 당직을 서던 사람이 실종된 것은 가족에게는 큰일”이라면서 “실종 수사를 책임진 현지 공안으로서는 절대 사소한 일이 아닌 만큼 소극적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한편 중국 정부가 조직폭력배와 지방관리 등 배후세력의 결탁을 경고하고 ‘조폭 소탕’을 진행 중인 가운데 중국 매체들은 조직폭력배에게 살해된 교직원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