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주고받은 친서에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언젠가 회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교착 타개를 위한 톱다운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속도조절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 관해 이야기해줄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그저 멋진 편지가 오갔다”며 “그는 내 생일에 관해 아름다운 편지를 썼다. 여러분 알다시피 지난 주 내 생일이었다. 그는 내게 아름다운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지난 14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만 73번째 생일이었다. 그는 이어 “매우 멋졌다고 생각한다. 그저 두 통의 우호적인 편지들이었다”이라며 “우리는 매우 잘 지낸다”라고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에) 추가 만남에 대한 언급은 없었나’라는 질문을 받고 “아마도 있었을 수 있다(maybe there was)”고 답한 뒤 “그러나 여러분 알다시피 어느 시점에(at some point) 우리는 그것을 할 것(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우 잘 지내고 있다고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도 추가 만남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수 있다’고 가리킨 친서가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보낸 것인지 아니면 그에 대한 자신의 답신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마저도 ‘아마도’라는 애매모호하게 표현으로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여운을 남겼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정상 간 톱다운 대화의 불씨를 이어가면서도 “어느 시점에 만날 것”이라며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점이 당장은 아니라는 걸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가시적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는 미국의 원칙에 따라 ‘선(先) 실무협상 재개’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관련기사
미국 측은 최근 실무협상 미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를 통해 ‘유연한 접근’을 언급, 북측에 대화 재개를 제안하며 ‘유화적 제스처’를 보냈으나, 비핵화 조치 없이는 ‘충분한 진전’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앞서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전날 전화 브리핑에서 29∼30일 방한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언급한 만남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남북 접경지인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 정상간 깜짝 만남이라는 ‘파격 이벤트’의 연출 가능성도 일각에서 고개를 들었으나, 전날 미 정부 관계자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선을 그은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27일 서울에 먼저 도착하는 비건 특별대표의 방한 기간 북측의 호응으로 북미간 실무접촉이 전격 성사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에 대해 “그는 핵 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거듭 부각, 오바마 전임 행정부 시절과 상황을 비교하며 자신의 대북 업적을 다시 한번 자화자찬했다. 그는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 그들(북한)은 그에 앞서 실험을 매우 많이 했다. 그들은 탄도 미사일 실험을 했고 핵 실험을 했다. 그리고 포로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많은 안 좋은 일들이 있었다”며 “이제 인질들이 돌아왔고 포로들이 돌아왔다. 오래전 전사한 우리의 위대한 영웅들의 유해가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계는 오바마 시절과 비교하면 훨씬 다르다”며 오바마 시절에는 전쟁으로 귀결될 뻔했다는 주장을 거듭 제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 의회 전문매체 더 힐과 한 인터뷰에서도 친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가 “생일축하 편지였다”며 “나는 그에게 감사 편지(a thank you letter)를 보냈다. 나는 그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아니었으면 북한과 전쟁이 날 뻔 했다는 주장을 재차 펴며 “관계는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을 앞두고 북측에 대한 ‘올리브 가지’를 계속 내밀고 있는 가운데 방한 기간 DMZ를 찾아 김 위원장을 향해 어떠한 메시지를 보낼지가 주목된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