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내에서 조건 없이 국회에 등원해 원내 투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며 한국당의 ‘백지 등원’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야 3당 원내대표 합의 파기 이후 마땅한 출구 전략이 없어진 한국당으로서는 백지 등원을 통해 대승적으로 국회에 복귀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강경 투쟁을 이어나가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더불어민주당도 과거 야당 시절 국회 정상화 협상에서 백지 등원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던 만큼 한국당이 조건 없는 국회 복귀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 내부적으로 ‘즉각 동원’ ‘조건 없는 백지 등원’ 등의 주장이 조금씩 퍼지는 상황이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제는 국회에 들어가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 문재인 정부의 여러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대안을 내세울 때”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등원에 여러 가지 명분상 어려움이 있지만 국민에게 지는 것이 진정 이기는 정치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의원총회에서 결단을 내려 국민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태 최고위원도 전날 “국민적 관점에서 봤을 때 조건 없는 등원을 결심하고 결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영철 의원도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이런 합의안으로 정상화에 동의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백지로 들어가자는 (다른 의원의) 말씀이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조건 없는 등원’은 역대 국회 정상화 협상에서 꾸준히 거론돼왔다.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처리 문제를 두고 장외 투쟁을 벌이며 국회 등원을 거부하던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새정연의 경우도 지금의 한국당 상황과 같이 투쟁 동력이 갈수록 약화하며 장외 투쟁 반대 주장은 물론 조건 없는 등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2011년에도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국회 보이콧을 했던 민주당은 12월 임시 국회 개원일을 하루 앞두고 등원 여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당시 등원 찬성 진영의 중심이 됐던 중진 의원들은 국민 여론을 의식해 ‘야당도 할 일은 하며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등원 여부와 상관없이 12월 임시국회를 진행하겠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국회 파행이 장기화할 경우 미래희망연대와의 공조를 통해 국회를 운영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