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생존기간이 1년 미만인 ‘미분화 갑상선암’을 조기에 진단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서정선 분당서울대병원 정밀의학센터 석좌교수, 박영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유승근 마크로젠 선임연구원 등 공동연구팀이 한국·미국인 갑상선암 환자 789명의 유전정보가 담긴 DNA, 유전정보 전달에 관여하는 RNA 염기서열 등을 비교 분석해 얻은 성과다.
갑상선암 전체가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하지 않는 미분화암으로 악화되면 주변 장기·림프절로 빠르게 전이돼 5년 생존율이 14%에 그친다. 하지만 일부만 미분화한 초기에 발견하면 이를 81%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28일 연구팀에 따르면 미분화 갑상선암의 분자형은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하는 분화 갑상선암의 3대 분자형(BRAF-like, RAS-like, NBNR)과 달랐다. 또 암억제 유전자(TP5·CDKN2A 등)가 변이됐거나 텔로미어 길이조절 유전자(TERT), 발암 유전자(AKT1·PIK3CA·EIF1AX)가 변이된 경우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악화할 위험이 높았다.
일부 미분화 갑상선암(RAS 유전자 변이)에서는 JAK-STAT 신호전달경로가 활성화돼 있었다. 연구팀이 이 신호전달경로 억제제인 룩소리티닙(노바티스의 골수섬유화증 치료제 ‘자카비정’)을 미분화 갑상선암 세포주에 처리했더니 SOCS3·BCL2L1·MYC 유전자의 발현이 감소하고 세포분화의 정도가 크게 줄었다. 이 약물이 미분화 갑상선암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박 교수는 “초기에 발견하지 않으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미분화 갑상선암을 조기진단하고 표적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다수의 유전체·전사체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환자 개인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한 맞춤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재확인할 수 있었다”며 “미분화 갑상선암을 조기에 예측하고 표적치료를 통해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마크로젠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갑상선(갑상샘)은 목 중앙에 나비 모양으로 얹혀 있는 갑상선호르몬 분비기관이다. 한쪽 날개는 폭 2㎝, 높이 5㎝, 무게는 양쪽을 합해 15~20g 정도다. 주변에 기도·식도·성대와 목소리 신경, 심장과 뇌를 이어주는 동맥 등이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어 갑상선 외곽에 암이 생기면 주변 조직으로 침투·전이되기 쉽다. 신규 갑상선암 진단자는 지난 2016년 2만6,051명으로 위암·대장암에 이어 3위다. 이 중 2%가량이 미분화 갑상선암 환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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