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문제를 다시 언급하면서 가라앉는 듯했던 한중 갈등의 뇌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특히 시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사드 문제를 꺼냈다는 점에서 한국으로 하여금 미국의 반(反)화웨이 캠페인에 동참하지 말라는 압박의 메시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더해 중국이 다시 사드 문제를 앞으로 더 노골적으로 띄울 경우에는 화웨이 사태 및 북한 비핵화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한중 갈등이 2년 전보다 더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 주석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오사카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사드와 관련한 해결방안이 검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렇기 때문에 비핵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답했다. 양국 정상의 ‘사드’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가 선행되면 사드 문제가 해결된다는 구체적인 언급은 아니고 같이 연동될 수 있다는 뜻”이라며 “한중 정상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나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그간 봉인된 것으로 여겨졌던 ‘사드 문제’를 중국이 다시 꺼낸 시점이다. 지난해 11월 파푸아뉴기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열렸던 한중정상회담 이후 7개월여 동안 거론하지 않았던 사드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불쑥 꺼낸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이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떼어놓기 위한 이간질 전략”이라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화웨이 문제 등 미중 무역갈등의 맥락에서 한국으로 하여금 중립을 지킬 것을 요구하면서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고 봐야 한다”며 “회유하려고 했다면 ‘한국이 중국에 우호적인 선택을 한다면 사드 관련 제재를 풀어주겠다’고 제안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갈등이 한창 고조되던 당시 중국이 내놓은 입장문에 비해 이번에는 발언의 수위가 낮아졌다는 점에서 중국도 한국과의 갈등 재연은 원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시 주석을 만난 2017년 베를린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한국이 중국의 정당한 우려를 중시해 관련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중한 관계 개선과 발전의 장애물을 제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사드를 ‘장애물’이라 표현하며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것이다. 반면 이번 한중정상회담 이후 중국 측이 낸 발표문에는 “한국 측이 양국 간 관련 문제를 계속 중시하고 적절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며 “인문교류를 적극적으로 전개해 중한 민간우호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적시됐다. 이전에 비해서는 사드 문제에 대한 톤을 낮춘 것이다. 양국 정상이 시 주석의 조속한 방한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점도 낙관론에 힘을 실어준다.
중국이 사드 문제를 다시 띄운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미국 역시 사드로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박원곤 한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해 사드 비용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에 불만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비용 문제와 연계하거나 사드 임시 배치에 대한 불만을 터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미국은 28일 G20 정상회의장에서 일본·인도 정상과 3자 회담을 갖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ㆍ태평양 구상’의 실현을 위한 3각 공조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미일정상회담에 이어 열린 미일인 3자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기로 했다. 이들 3국간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지난해 11월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회담에서 3국 정상들은 관세와 무역 관련 껄끄러운 문제를 뒤로한 채 서로 주먹을 맞대고 사진을 찍는 등 3국의 굳건해진 공조 관계를 과시했다. /양지윤·박우인·노현섭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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