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토요워치] 세계 정상들 휴가 백태...'사교형' 트럼프, CEO와 골프

'업무형' 시진핑, 매년 비밀회의

아베, 재계의 목소리 듣는 기회로

"쉴땐 쉬자" 메이·메르켈 3주휴가

'전략형' 마크롱, 메이와 정상회담

푸틴, 일광욕·낚시 사진 공개

"이미지메이킹 위한 연출" 지적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 중국 허베이성 휴양도시 베이다이허에서는 중국 전현직 지도자들이 한데 모여 국내외 현안을 논하는 ‘비밀회의’가 열린다. 여름휴가를 겸한 이 회의에는 공산당·국무원·중앙군사위원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등 중국 5대 권력기관의 전현직 간부와 지방 주요 지도층이 참가한다. 회의에서 논의되는 결과는 공개되지 않지만 지난 1958년 8월 회의에서 대약진운동 시행 등 굵직한 결정이 이뤄지는 등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 ‘비밀회의’가 가진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여름휴가지 역시 이곳 베이다이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대 의제는 공전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의 타결방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최고지도자에게는 잠시나마 공무에서 벗어나 ‘망중한’을 즐길 여유조차 없이 ‘고뇌하는 여름휴가’가 예고돼 있다.

약 한 달 뒤면 각국 정상들의 여름휴가 일정이 속속 나올 예정이다. 격무에 시달려온 각국 정상들은 짧게는 3일부터 길게는 3주까지 공무용 정장을 벗어던지고 휴가를 즐긴다. 휴가기간만큼이나 정상들이 휴가를 보내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아시아 지도자들 가운데는 시 주석처럼 휴가조차 업무의 연장선으로 여기는 ‘국정구상형’ 리더가 적지 않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골프광’이지만 그에게 라운딩은 단순한 여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여름 휴가철 라운딩을 미타라이 후지오 게이단렌(일본 최대 경제단체) 명예회장과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전 게이단렌 회장, 와타리 후미아키 JX홀딩스 명예고문과 함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권과 재계의 밀착 우려에도 아베 총리는 “재계의 고민을 알아야 한다”며 자신의 휴가를 재계 인사와의 스킨십에 할애했다. 올해 5월 골든위크 휴가기간에는 후지산 부근 야마나시현 나루사와촌 별장에서 취미인 골프와 온천욕을 즐겼지만 실상은 조용히 국정구상에 몰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7월21일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사수하며 국정운영의 리더십을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했다는 것이다.

반면 유럽 지도자들은 누가 뭐래도 ‘쉴 땐 쉬자’며 휴식에 몰두한다. 유럽 국민들도 지도자의 휴가에는 대체로 너그러운 편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017년 총선 실패와 지지율 하락이라는 악재에도 3주간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여행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여름과 겨울에 2~3주씩 꼬박꼬박 휴가를 떠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휴가기간만큼은 ‘공인’인 대통령이 아니라 프랑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개인의 시간을 만끽하는 것을 중시한다. 2017년 여름 프랑스 남부로 피서를 떠난 마크롱 대통령은 휴가 내내 그를 쫓아다니며 괴롭힌 파파라치를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그의 휴가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쉴 땐 쉬자’형 정상이라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으면 구설이 따르게 마련이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5년 역대 최악의 허리케인인 카트리나가 닥친 와중에도 휴가일정을 소화했다가 호된 질타를 받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프랑스 아미앵에서 열린 1차 대전 전투 100주년 기념식에 휴가 중이라는 이유로 불참해 빈축을 샀다.



여름휴가를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창구로 활용하는 ‘이미지 메이킹형’ 리더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2017년 8월 크렘린궁이 공개한 푸틴 대통령의 휴가 영상과 사진은 이러한 의도를 강하게 드러냈다. 당시 남시베리아 투바공화국에서 찍은 사진 속 푸틴 대통령은 웃통을 벗은 채 일광욕을 즐기는가 하면 잠수복 차림으로 강에 들어가 물고기를 낚는 등 남성성을 한껏 뽐냈다. CNN 등 주요 외신들은 “푸틴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려는 크렘린의 시도가 새삼스럽지는 않다”고 의도된 연출을 비꼬기도 했다. 그러나 휴가기간을 활용한 푸틴 대통령의 ‘스트롱맨’ 이미지 메이킹은 소기의 목적을 거두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4선 도전에 무난히 성공하는 등 비교적 공고한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름휴가를 편안한 만남의 자리를 가장한 인맥 쌓기의 장(場)으로 활용하는 ‘사교형’ 리더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 휴가기간 중 뉴저지주에 있는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 보잉·페덱스·마스터카드·펩시코 등 재계 대표들을 모아놓고 만찬을 즐기며 “최고경영자(CEO)들은 미국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만찬에서 나온 건의를 바탕으로 상장사의 실적공시 횟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행정부에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휴가를 자신의 경제적 치적을 위해 기업에 투자를 촉구하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

때로는 여름휴가가 정치나 외교 창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지난해 8월 프랑스 남부 최대 휴양지 코트다쥐르 지역의 브레강송 요새에 있는 마크롱 대통령 별장에서 벌어진 ‘휴가 중 정상회담’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가 지도자도 예외 없이 2∼3주의 긴 휴가를 보내며 휴식을 취하는 유럽의 정치문화에서 두 정상이 이례적으로 정상회담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당시 브레강송 요새로 메이 총리를 먼저 초대한 이는 마크롱 대통령이었다. 지중해에 35m 높이로 우뚝 솟은 브레강송 요새는 절경인 프랑스 대통령 휴가지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곳에 처음으로 영국 정상을 초대해 코스 만찬을 대접하는 성의를 보이자 메이 총리 역시 기꺼이 휴가를 자진 반납하고 초대에 응했다. 당시 양국 언론은 “마크롱 대통령은 ‘보좌관 스캔들(수행비서의 시민 폭행)’, 메이 총리는 지지부진한 브렉시트 협상으로 국내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어 둘 다 휴가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통상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던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지난해 이례적으로 신도시 ‘네옴(NEOM)’이 들어서는 북서부 사막지대로 휴가를 떠나 후계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신도시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