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주도로 2~3주간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을 하겠다”며 “앞으로 많은 복잡한 일이 남았지만 우리는 이제 실무진의 논의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판문점을 방문해 미국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멈춰선 북미 협상 재개를 선언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미 간 협상이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오고 북한 비핵화 시계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3시46분께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함께 ‘깜짝 월경’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역사적 순간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라며 “분단의 상징으로 나쁜 과거를 연상하게 하는 이런 장소에서 오랜 적대 관계였던 우리 두 나라가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만나겠다는) 의향을 표시하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니냐고 하는데 정식으로 만날 것이라는 걸 오후 늦은 시각에야 알게 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고 이렇게 만나 기쁘다”며 트윗 제의에 호응한 김 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한반도 정전선언 66년 만에 북미 정상이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회동한 데 이어 또 다른 역사적 장면도 연출됐다. 문 대통령이 여기에 합세하면서 남북미 정상이 나란히 선 것이다. 최근 남북관계가 냉랭한 가운데 다시 만난 남북 정상은 미소와 긴장이 얼굴에 교차하는 가운데 악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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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단독 회동을 시작했다. 당초 짧은 이벤트일 것으로 예상됐던 이날 단독 회동은 53분이나 이어지면서 사실상 3차 북미정상회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별다른 응답을 하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이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수락한다면 북한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게 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방미는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선행돼야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을 만나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비무장지대(DMZ) 오울렛 초소를 둘러보던 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성공단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북한은 2016년 2월 이후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길 바라고 있으나 미국은 실질적 비핵화 진전 없이는 제재와 관련된 문제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헤어진 후 “언젠가 제재가 해제되길 바란다”며 “협상하다 보면 해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현·윤홍우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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