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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미 판문점 회동 정치적 이벤트에 그쳐선 안된다

교착상태 놓인 북미 대화재개 물꼬 트였지만

방법론 이견으로 구체적 진전 이뤄진 것 없어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완전한 핵폐기 이뤄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으로 잠시 넘어가 김 위원장과 악수를 한 뒤 함께 남으로 넘어왔다. 북미 정상이 분단과 대립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은 것은 1953년 정전협정을 맺은 후 66년 만에 처음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상호 신뢰 구축과 남북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김 위원장과 회동을 가졌다는 점이다. 사실상 3차 북미정상회담이다. 북미 정상이 다시 회담 테이블에 앉음에 따라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는 북한 비핵화 협상이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과 관련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의 표현대로 이날 회동을 계기로 북미가 실무협상을 본격 가동할 경우 하노이 노딜 이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북한 비핵화 협상에 물꼬가 트일 수도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비록 북미 정상이 4개월여 만에 손을 다시 잡았지만 이것이 정치적 이벤트를 넘어서는 의미를 가지려면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북미 간의 의견 차이를 감안하면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미국은 핵을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의 폐기와 제재완화를 맞바꾸는 빅딜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없이는 제재완화에 나설 뜻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제재가 아직 해제되지 않았지만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을 잘 말해준다. 이에 대해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굽히지 않고 있다. 영변 핵 시설 등을 찔끔찔끔 폐기하면서 종전선언과 제재완화 같은 굵직굵직한 대가를 요구하는 살라미 전술을 고집하고 있다. 북미 정상이 오랜만에 만나기는 했지만 이를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만약 정부가 북한과 미국 모두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중재자 역할을 고집한다면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되레 꼬이게 할 뿐이다. 한미 정상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의 의미에 대해 해석을 달리한 것만 보더라도 한미 간의 엇박자가 얼마나 심한지를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영변 핵폐기가) 비핵화의 입구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결이 약간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하나의 단계다. 중요한 단계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북핵에 대한 한미의 생각은 너무 달랐다. 미국이 완전한 북핵 폐기에 초점을 둔 반면 한국은 남북 대화와 제재완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잖아도 통상전쟁과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서 북핵 협상이 갈수록 꼬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때에 우리가 미국과 엇박자를 내면 완전한 북 비핵화는 물 건너가고 만다.



이번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한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그러나 정치적 이벤트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아직 북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진전이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만남을 위한 만남, 대화를 위한 대화로는 북핵 문제를 풀지 못한다. 이제라도 한미동맹을 굳건히 해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북핵 폐기를 이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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