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 해결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애초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을 연내 처리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노동계 반발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노사위)로 공을 넘겼다. 그나마도 경사노위는 ‘대화했다’는 명분만 쌓았을 뿐 해결하지는 못한 채 국회가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따른 여야 갈등에 ‘식물국회’로 전락하면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무한 여야 대치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 해결을 가로막으면서 기업들 속만 2년째 타들어 가는 있는 셈이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필요성이 정치계를 중심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여당은 근로시간 단축의 보완 대책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거론하고 나섰다. 당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노총이 끝내 대화 참여를 거부한다면 여야 합의를 통해 국회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강행 처리 의사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노조의 강한 반대에 추진은 제자리 걸음을 거듭했다. 경사노위를 통한 해결에 나섰으나 결국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왔으나 그나마도 패스트트랙 지정을 사이에 둔 여야 갈등으로 3개월째 회의 조차 열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등 이른바 ‘식물국회’에서 벗어나면서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 등 노동 입법 처리의 장이 열리는 듯 하나 낙관은 쉽지 않다. 환경노동위원회 회의 개최를 두고 여야는 아직 일정 조율조차 하지 못했다. 양측이 ‘시급한 노동 법안 처리를 논의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 차가 없기 때문에 조만간 회의 일정을 정할 수 있다. 따라서 여야가 일정 조율에 합의할 경우 환노위는 지난 4월 3일 고용노동소위원회 이후 처음으로 모여 법안 심사를 한다.
3개월여 만에 법안 심사를 위한 회의에 돌입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를 두고 여야 시각차가 커 의견 대립만 거듭할 수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1년으로 늘리는 데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반면 정의당은 탄력 근로 확대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당은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과 동시에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 법안, 선택근로제 등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강성노조를 견제하기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등도 함께 손 봐야 할 부문으로 꼽고 있는 터라 각 당 ‘셈법’이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 추경호 한국당 의원은 앞서 4월 파업 기간 중 대체 근로를 허용하고 사업장 내 모든 시설에 대한 점거 파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노조법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환노위 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강성노조로 무법천지가 되고 있는 만큼 (한국당이 제시한) 노조법에 대해서도 협의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상 비준안이 체결될 경우 국내 기업 경쟁력만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함께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환노위 일정을 확정하면 자연스럽게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각종 노동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한 여야간 공감대는 있는 만큼 한국당과 의견이 좁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안현덕·송종호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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