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으로 ‘문책설’이 돌았던 김영철을 대신해 통일전선부장에 오른 장금철이 남북미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 관심이 쏠린다.
하노이 노딜 이후 대미 외교가 통전부에서 외무성으로 넘어간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된 만큼 장 부장의 이날 등장은 대남 업무 차원으로 해석된다.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촬영된 사진을 보면 장금철 통전부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왼편에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당국도 해당 인물을 장금철 부장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월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후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당시 당 중앙위 위원들의 기념사진에도 장금철 부장은 김기남 당 중앙위 고문 왼편에 자리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시엔 단체 사진인 만큼 얼굴이 명확히 식별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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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철 부장은 50대 후반으로 추정되며 통전부장이 되기 전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에서 민간 교류 관련 업무를 담당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4월 열린 노동당 7기 4차 전원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장금철이 노동당 부장에 임명됐고,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직접 보선’(후보위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위원으로 선임)됐다고 보도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장금철 부장이 대남사업을 오랫동안 해왔고 남쪽 정치상황에도 굉장히 밝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군부 출신인 김영철 전 통전부장을 장금철 부장으로 교체한 것과 관련, 남한 정부를 활용해 미국의 태도변화를 꾀해야 하는 북한이 대남정책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진단했다. 김영철이 대미 등 대외협상을 하면서 동시에 통전부 사업까지 도맡았기 때문에 통전부 사업이 지지부진해진 측면이 있었다. 이에 북한은 대미업무를 외무성이 주도하게 하고 대남업무를 통전부에 집중시켜 대미·대남 라인을 재정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가 구축된 후 처음으로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남한 당국을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을 시작으로 북한의 대남 강경책의 배후에 장 부장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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