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이 축출된 아프리카 수단에서 수만 명의 시민이 문민정부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AP,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수단 시위대 수만 명은 30일(현지 시간) 수도 하르툼을 비롯한 전국에서 군부 통치를 반대하고 문민정부 구성을 주장하며 거리로 나섰다. 시위대는 과도군사위원회를 비난하는 플래카드와 국기를 들고 ‘문민 통치’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시위에 참여한 자이나브(23)는 AFP에 “우리는 자유를 보장하는 민간인 국가를 원한다”며 “우리는 군사독재를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하르툽의 대통령 궁 근처까지 행진하며 경찰, 군인들과 대치했다. 시위 주도 단체인 ‘수단직업협회(SPA)’는 “현장에 배치된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최루가스를 발사했다”고 전했다.
야권 의사단체 ‘수단의사중앙위원회’는 “이날 북동부 도시 아트바라에서 시위대 1명이 총탄을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수단 군부도 “하르툼 인근 도시 옴두르만에서 시위대와 경찰, 군인들의 충돌 과정에서 군인 3명과 시민 6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앞서 하루 전인 29일 수단 군부는 “시위 지도자들을 향해 거리시위 과정에서 빚어지는 기물 훼손 행위(반달리즘)나 폭력을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시위는 수단 군부와 야권의 권력 이양 협상이 답보하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지난 3일 군인들이 하르툼의 국방부 청사 앞에서 연좌 농성을 하던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실탄을 발사한 뒤 유혈 참사가 벌어지면서 군부와 야권의 협상은 한 달 가까이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수단 야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시위대를 겨냥한 군부의 무력 진압으로 전국에서 약 128명이 사망했다. 반면 수단 보건부는 “시위대 사망자가 61명”이라고 발표했다.
수단의 긴장 국면이 계속되자 에티오피아와 아프리카연합(AU)은 최근 수단 내 권력 이양 협상을 재개하고자 중재를 시도하고 있다. 압델 파타 부르한 과도군사위원회(TMC) 위원장은 29일 “우리는 모든 수단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출 정부’에 권력을 이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야권과 합의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단 군부는 올해 4월 11일 30년 동안 통치한 바시르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했다. 이후 군부는 문민정부 구성을 요구하는 야권과 권력 이양을 놓고 협상을 했지만 과도통치기구 구성 문제로 난항을 겪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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