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성수기 시장에 가장 먼저 출격한 한국영화 두 편이 디즈니의 기세에 밀려 힘 한 번 못 써보고 허무하게 극장가에서 자취를 감출 위기에 놓였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과 ‘비스트’는 지난 주말 각각 10만7,345명, 6만2,478명을 동원했다. 이는 각각 박스오피스 6·7위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알라딘’과 ‘토이 스토리 4’는 물론 5월 말에 개봉한 ‘기생충’보다 저조한 관객 수다.
지난달 19일 개봉한 ‘롱 리브 더 킹’은 ‘범죄도시’로 데뷔한 강윤성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데뷔작에서 화끈한 액션과 간결한 서사로 680만 관객을 불러모은 만큼 배우 김래원과 호흡을 맞춘 두 번째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배급사인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비롯한 대형 경쟁작들이 줄줄이 개봉하는 여름 시즌에 이 영화를 내세운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런 기대를 한참 비켜갔다. 개봉 첫날 ‘반짝 2위’를 기록한 뒤 주말을 지나자마자 4위로 곤두박질쳤다. 개봉 후 12일 동안 동원한 누적 관객 수는 102만4,462명으로 ‘범죄도시’의 흥행 성적은 물론 손익분기점(약 230만명) 달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목포의 건달 두목이 어느 날 갑자기 정치판에 뛰어들어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영화의 스토리가 관객들에게 다소 비현실적으로 다가간 것이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배급사 NEW가 ‘여름 시즌을 여는 스릴러’를 표방하면서 내세운 ‘비스트’의 성적은 더욱 처참하다. 지난달 26일 첫선을 보인 이 영화의 누적 관객 수는 17만7,340명에 불과하다. 이성민이라는 관객 신뢰도가 높은 배우가 주연을 맡았고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보장하는 형사 액션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아쉬운 결과다. 그동안 충무로에서 만들어진 여러 형사 영화들을 짜깁기한 듯한 주제 의식, 휴가철에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는 지나치게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들 한국영화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가운데 ‘알라딘’과 ‘토이 스토리 4’ 등 디즈니 영화 두 편은 쌍끌이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는 ‘알라딘’은 개봉 39일 만에 80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최종 관객 994만명을 불러모은 음악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뛰어넘는 흥행 속도다. 지난달 20일 개봉한 ‘토이 스토리 4’도 225만 관객을 돌파하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기생충’은 총 관객 957만명으로 ‘천만 고지’를 향해 막판 스퍼트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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