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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버스 기사 1,100명 부족한채 '액셀'...시민 안전마저 '아슬'

[주52시간 근무 시행 1년]

<중>불안한 특례제외업종 확대

서울과 임금·근로조건 차이 커

경기도·버스업체 추가채용 난항

재원마련 없는 52시간 적용 무리

'탄력근로제 확대' 국회 통과 안돼

대학 입학사정관 업무 차질 우려

드라마업종도 '52시간' 꿈 못 꿔

1일 경기도 김포시 한강신도시의 한 시내버스 차고지 앞에 300인 이상 버스 업체의 주 52시간 근무 시행에 따른 버스노선 개편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포=오승현기자




“경력 운전자들이 경기도보다 보수가 좋은 서울로 이직하고 있어요. 일단 서울에 입사원서를 내고 합격 통보가 올 때까지는 운전대를 잡는 거죠” 경기도 버스회사 A여객에서 일하는 기사의 말이다. 경기도에서 채용박람회까지 열며 ‘기사 구인’에 나섰지만 인력난은 여전하다.

버스를 비롯한 주 52시간 근로제의 특례업종 제외 대상이 1일부터 확대 시행됐다. 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사가 필요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버스 업계와 방송·드라마 제작 업종 및 대학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당장 가장 큰 문제는 버스다. 버스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지 하루 전까지 정부가 재원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주 52시간 근로제의 파장이 큼에도 대비 방법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기도 버스 업계 관계자들은 버스 업계의 구조적 문제로 국토교통부의 광역버스 국가사무 전환과 요금 200원 인상에도 추가 채용인원을 완벽하게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도 B버스 회사의 대표이사는 “법을 준수해야 하니 최대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털어놓았다. 정재호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전무이사도 “인력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안에서 곪고 있는 경기도 버스 업계에 한 차례 파동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것은 지난해 3월20일 근로기준법이 개정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고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사발전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버스 회사 컨설팅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C회사의 1호봉 연봉은 2,675만원으로 경기도 D회사의 2,412만원보다 263만원이나 많았다. 서울 버스 회사는 1일2교대제를 실시해 격일제 근무를 하는 경기 회사보다 근로시간이 적지만 돈을 더 받아가는 셈이다. 이 때문에 버스 업계에서는 ‘경기도에서 경력 쌓아 서울시로 이직한다’는 이직 계획이 불문율로 굳어 있다. 만성적 인력 부족에 신음하는 경기도 버스 회사에 재원 마련 등의 대책 없이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하는 것은 애초 무리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경기도가 채용박람회에 교육 프로그램까지 제공하며 ‘기사 모시기’에 나섰지만 성과가 날지는 미지수다. 경기지역자동차노조 관계자는 “주 52시간으로 임금이 더 떨어질 수 있어 장기근속자들이 현재 회사를 떠나고 있고 더 떠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를 떠난 일부는 서울 쪽으로 이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안에 있는 사람은 나가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니 안전에 대한 우려도 높다. 운전기사 박모씨는 “대형면허를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운전기사들이 입사하고 있다”며 “2주간 회사에서 교육을 받고 바로 버스 핸들을 잡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버스 기사가 부족해지면서 김포 등 일부 지역은 이날부터 버스 노선을 변경하고 감회·감차에 나섰다. 결국 이에 따른 피해는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주 52시간발 버스 기사 채용난은 현재 진행형이다. 경기 버스 회사는 최소 1,500명의 기사를 충원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확보한 인원은 400명뿐이다. 1,100명이나 부족한 상황에서 주 52시간제를 맞은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노선버스 업종에 대해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3개월간 두겠다고 했지만 경기도가 요금 인상 시기를 오는 9월로 보는 상황에서 ‘재원 마련도 되지 않았는데 인력 채용이 되느냐’는 우려는 여전하다. 버스 기사들이 그대로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재원이 마련돼도 이를 두고 노사가 합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포시 등 준공영제 미실시 시군의 버스 노사는 현재 재원을 회사의 적자 충당과 근로여건 개선에 쓸지를 두고 협상하고 있으며 결렬 시 이달 중하순에 또다시 ‘버스 파업’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경기 E회사의 버스 기사 김모씨는 “임금교섭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현재 받는 보수보다 통상 80만~100만원가량 적게 받을 수 있어 가정생활에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걱정했다.

주 52시간 근로제로 인한 파열음은 버스뿐 아니라 특례업종 제외 대상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업종에서 발생하고 있다. ‘월화수목금금금’ 제작이 일상화된 방송가가 대표적이다. 지난 2월 종방된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은 1주일에 120시간 넘게 촬영이 이뤄졌다. 외주제작 등 방송사의 ‘쥐어짜기’ 관행이 주된 원인이지만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으로 수익구조가 악화한 상황에서 방송사들은 드라마 편성을 줄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유연근로제 확대 목소리가 높다. 입학사정관의 업무는 수시 철인 9~10월 몰려 대학들은 3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를 실시하고 8월에 대체휴무를 몰아서 쓸 계획이다.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면 연장근로기간이 늘어 비교적 간편하지만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이 합의를 이뤘음에도 정쟁으로 국회 환노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책이 ‘획일적인 계도기간 부여’에만 한정되자 정교한 정책수단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를 비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례업종은 근로시간을 규제하기 어려워 유예기간을 만든 것으로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따른 연착륙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했다”며 “정교한 보완장치 없이 획일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강행하니 버스 기사 같은 근로자들이 임금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수원=윤종열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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