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EU 행정부 수반격인 집행위원장 인선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간의 힘겨루기 끝에 타협안으로 네덜란드 출신의 프란스 티메르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이 1순위 후보에 올랐지만 이번에는 헝가리·폴란드·체코 등 동유럽국가들이 일제히 반기를 들어 인선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6월30일(현지시간) 유럽판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오는 10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의 후임을 뽑기 위한 특별정상회의를 열었으나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앞서 EU 인선을 놓고 대립구도를 보이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티메르만스를 집행위원장으로 선출하는 안에 합의했다. 집행위원장 자리를 네덜란드에 주는 대신 유럽의회 의장직은 유럽 국민당(EPP) 대표인 독일 출신 만프레트 베버 의원,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자리는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 같은 자유주의자 리더가 각각 차지한다는 일종의 타협안을 만든 셈이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속한 EPP그룹과 비셰그라드(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4개국 지역협의체)그룹은 중도좌파 성향으로 폴란드 우파 정권과 맞서온 티메르만스 카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초 EU 집행위원장으로는 유럽의회 제1당 대표를 선출해온 관행대로 EPP 대표인 베버 의원이 유력했다. 그러나 EPP가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마크롱 대통령 등이 행정부 경력 부족 등을 이유로 베버 대표 선임에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집행위원장 선출 구도는 EU 회원국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했다. EU 집행위원장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28개 회원국 중 최소 72%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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