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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 마비된 서울시의회…'박원순 역점 조례' 통과

민주당 계획없던 임시회 열어

한국당 등 야당 "의회가 거수기냐"

여당 내부서도 비판 목소리

정진술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마포3)이 1일 시의회 임시회에서 ‘서울 민주주의 위원회’ 설치 관련 조례에 대해 무기명투표를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변재현기자




서울시의회 110석 중 102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연간 계획에 없는 임시회를 개최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점 조례를 통과시켰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의회의 견제 기능이 마비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의회는 1일 연간 의사일정에 없던 임시회를 개최해 ‘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서울특별시 공무원 정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두 조례는 ‘서울 민주주의 위원회’ 설치와 그에 따른 공무원 정원 증가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조례는 상임위원회인 기획경제위원회에서 지난 달 부결된 바 있다. 민주주의위원회는 △시민참여예산 △시정협치형 사업 등 시민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면 이를 시 예산에 반영하는 ‘직접민주주의’ 정책을 총괄하게 되며 2·3급 공무원 조직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직접 민주주의 정책은 시민이 정책을 제안하면 시가 집행해 정책의 책임성이 떨어지고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굳어 있어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민주주의위원회 구성 후 시민참여예산 규모를 내년 2,000억 원에서 2022년에는 1조 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기획경제위원회는 총 12석 중 10석이 민주당 소속이지만 이 같은 문제점에 따라 조례를 부결시켰다. 무난한 통과를 예상했던 서울시는 서울민주주의위원회와 관련한 기자 설명회를 준비했다가 조례가 부결되자 이를 급히 취소하고 새롭게 입법예고를 해야 했다.

시청 집행부와 민주당 시의원들은 그 이후 ‘정원 조례’만 통과시키기 위해 연간 의사일정에 없던 ‘원 포인트 임시회’ 개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집행부는 ‘일사부재리 원칙’ 위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정원 조례의 증원 규모를 소폭 조정했다. 임시회 개회를 논의하는 지난달 28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박 시장이 직접 나서 조례의 의미를 설명했으며 이날 본회의 전에는 실국장들이 의원석을 돌며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의회가 거수기냐”는 논란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비판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다른 의원도 “스스로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본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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