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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기칼럼] 경제원탁회의와 김상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

기로에 선 '소주성' 궤도 수정 필요

학계 "文임기내 잠재성장률 1%대 뚝"

경제 활력 과제안은 김상조 정책실장

여야정 원탁회의서 유연함 보여주길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




국회의장실에 있는 거대한 원탁은 항상 여야의 대립과 갈등을 녹여낼 것 같은 시각적 효과를 낸다. 원탁의 구조는 참여자들의 권력과 서열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응대함으로써 협조주의적인 화해와 타협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역사에 기록된 원탁회의들은 2차 대전 이후 신생독립국들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거나 지난 1980년대 동구권의 체제전환 과정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이 담겨 있는 회의구조인 셈이다. 국회 정상화 협상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요구했던 경제청문회가 문희상 국회의장의 중재로 경제원탁회의로 다듬어졌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신임 인사차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방문하는 자리에서 여야의 합의에 따르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으로서 여야정 정책대화가 가시화됐다.

경제원탁회의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평가이리라. ‘소주성’은 문재인 정부를 상징하는 정책이기는 하지만 최저임금의 과속 인상에 따른 고용압박과 소상공인들의 반발 때문에 정부도 궤도 수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초기 경제팀은 최저임금 인상을 소주성의 핵심 정책으로 부각시키며 성과에 매달렸지만 득보다 실이 많았다. 경기·고용지표가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계속 밀어붙이면서 정부 재정은 오히려 25조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할 정도로 긴축을 했다는 사실이 이들의 어설픈 정책능력을 방증한다. 이제 시행착오를 뒤로하고 미래에 대해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정책실장은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원탁회의가 열리면 여야정은 과거에 대한 평가로 얼굴을 붉힐 게 아니라 지금 당장의 경기동향과 미래 성장잠재력 진단에서 인식의 갭을 좁히는 데 집중하면 좋겠다.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이 2% 안팎으로 하향하고 내년 이후에도 더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정책 당국은 찔끔 추경이라도 편성해 충격을 완화하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될까 의문이 든다.

정부 여당은 우리 경제가 더 큰 불황으로 빠져들지 않으려면 과감한 재정정책으로 분배를 개선하고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입장인 듯하다. 반면 보수야당은 정부의 친노동 기조와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고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으로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한다. 두 주장은 정파적 득실을 떠나 우리 사회가 폭넓은 공론화를 거쳐 최적의 정책조합을 만들어내야 하는 쟁점이다. 그런 점에서 여야정 경제원탁회의가 추경심사를 위한 체면치레 행사가 아니라 제대로 따져보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는 틀로 쓰이면 좋겠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학계의 컨센서스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경제 구조개혁과 노동시장의 개혁에 성공한다면 오는 2020년대까지는 2%대 초반의 성장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만으로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을 막을 수 있을까. 정책 당국은 1%대 성장이 갖는 정치·경제적 위험성에 대비하고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1%대 성장은 우리 사회를 큰 충격과 상실감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누구도 만성적인 불황과 장기침체의 긴 터널을 견뎌낼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다. 국내외 전문기관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일치된 처방을 중심으로 사회적 합의를 모으고 힘껏 노력해보는 것이 그나마 최선의 길이 아닐까.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원로(★본지 6월4일자 39면 참조), 심지어 소득주도성장 창안자들조차도 과감한 재정정책과 대담한 경제개혁의 병행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정책의 선택이 아니라 승패게임에 몰두한 정치일 수 있다.

김 정책실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기대는 그의 소통능력과 실사구시의 유연함에 근거한다. 그는 과거 정권에서 여러 개혁 시도가 물거품이 됐던 가장 큰 원인이 정치적 합의 실패에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야정 정책원탁회의는 그에게 물실호기의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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