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시행령을 바꾸면서 시행령 개정 취지를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적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전날 고시한 ‘외국환 및 외국무역관리법’(외국환관리법)에 따른 수출무역관리령(정령·한국 시행령에 해당) 개정안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한국이 우방국 범주인 ‘화이트 국가’ 대상에서 제외되면 일본 업체들이 군사 목적 등으로 전용이 가능한 전략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건별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경제산업성은 이 혜택에서 한국을 빼는 방향으로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하는 취지로 ‘국제적 평화 및 안전의 유지를 위해’ 한국으로 수출하는 화물에 대한 허가의 특례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이는 해당 물품을 한국으로 쉽게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제도를 그대로 둘 경우 ‘국제 평화와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편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외교소식통은 “수출무역관리령은 적성국이나 테러세력 등으로 전략 물자가 흘러가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수출 통제 관련법으로 대부분의 국가에 비슷한 법이 있다”며 한국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에 대비해 안보 문제임을 부각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넣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날 같이 공시된 ‘한국에 관한 수출 관리상의 분류 재검토’ 관련 문건에는 규제 강화의 목적과 필요성을 적시했다.
경제산업성은 이 문건에서 “수출관리 제도는 국제적인 신뢰관계를 토대로 구축되는데, 관계부처 검토 결과 한일 간의 신뢰관계가 현저히 손상됐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와중에 한국과의 신뢰관계를 토대로 수출관리를 하는 것이 곤란하게 되고, 한국 관련 수출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한 일도 있다”며 규제 강화 배경을 설명했다. 경제산업성은 그러면서 오는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의 수출 허가를 포괄 신청 대상에서 개별 심사 대상으로 바꾸어 수출심사를 엄격히 하겠다고 했다.
앞서 전일 일본 정부는 일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대법원의 배상 판결 등을 문제 삼아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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