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36년 전 발생한 ‘소녀 실종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경내 묘소 2곳을 파헤치기로 했다.
알레산드로 지소티 교황청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36년 전 실종된 소녀의 가족 요청에 따라 (소녀가 매장됐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받는 경내 묘소 2곳을 가족의 참관 아래 오는 11일 열어 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소티 대변인이 지칭한 묘소는 로마에 거주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가톨릭 저명인사들이 주로 묻히는 테우토니코 묘지다. 교황청이 테이토니코 묘소를 파헤쳐보기로 결정한 것은 교황청 역시 이번 의혹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36년 전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고 감쪽같이 종적을 감춰 이탈리아 최악의 미제 사건으로 남은 해당 사건의 주인공 에마누엘라 오를란디(실종 당시 15세)의 가족은 앞서 지난해 여름 오를란디가 이 묘소에 묻혀 있음을 암시하는 익명의 편지를 받은 뒤 교황청에 “무덤을 열어보게 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교황청의 이번 조처에 대해 오를란디의 가족은 변호인을 통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한편 교황정 직원의 딸로 교황청 시민권을 갖고 있던 오를란디는 1983년 로마 시내 한복판에서 음악 레슨을 받은 직후 사라져 온갖 의혹을 낳았다. 그에 대해 198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암살을 시도했다가 투옥된 터키 출신 용의자의 석방을 끌어내기 위한 세력에 의해 납치됐다는 추측이 제기되는가 하면 교황청 내부의 성범죄자에 의해 희생됐다거나, 그의 실종이 교황청과 마피아 사이의 검은 거래와 연관됐다는 각종 미확인 소문이 난무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로마 시내 중심가에 있는 주이탈리아 교황청 대사관 건물 리모델링 중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골이 발견돼 이 뼈가 실종된 오를란디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DNA 분석 결과 해당 인골은 오를란디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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