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정부와 서울시교육청에 학교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학비연대 서울지부는 총파업에 돌입한 3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 거리에서 조합원 2,500명이 모인 가운데 전국노동자대회 사전집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학비연대는 조합원 일동 선언을 통해 “정부와 교육청은 대책을 세우겠다고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대책이라는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우리의 목소리를 무시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 똑똑히 알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비연대는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와 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국여성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단체다. 연대는 현 정부 임기 내 정규직 임금의 80% 실현, 교육공무직의 법적근거 마련 등을 촉구하며 이날부터 사흘간 이어지는 파업에 돌입했다.
집회 현장은 분홍색 조끼를 입은 학비노조 서울지부 조합원들과 초록색 조끼를 입은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조합원들로 북적였다. 학교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한 투쟁의 일환으로 삭발을 한 조합원들도 눈에 띄었다.
조합원들은 ‘비정규직 철폐’와 ‘우리 아이들에게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물려주자’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학교비정규직 똘똘 뭉쳐 차별을 끝장내자”, “파업 투쟁 승리하고 기본급 인상 쟁취하자”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성정림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 사무국장은 “2019년 7월 3일은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이 사라지는 날로 그 역사가 기록될 것”이라며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억압은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만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 국장은 “우리는 전태일 노동자가 죽음을 맞이한 그 시간을 기억한다”며 “이 자리에 모인 건 우리 아이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영금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장도 “비정규직 종합백화점인 학교에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며 “올해 최저임금이 10.9% 올랐지만 비정규직의 임금을 올리지 않고 동결하는 현실이 학교 현장에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지부장은 “학교에서도, 세상에서도 비정규직이 넘치는 게 현실”이라며 “비정규직 인생이 대물림되는 현실이야말로 진짜 대란 중의 대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청와대를 향한 직접적인 항의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윤숙 학비노조 성동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약속을 벌써 잊었나”라며 “무기계약직을 왜 정규직이라 우기나”라고 말했다. 이미선 학비노조 서울지부장 또한 “파업 준비 과정에서 가장 눈여겨본 게 청와대”라며 “오늘 우리 움직임과 함성이 청와대에 똑똑히 들리도록 우리의 존재를 보여주자”고 정부를 향한 투쟁 의지를 다졌다.
서울의 한 학교 급식실의 비정규직 노동자인 조영란 학비노조 서울지부 부지부장은 “학교는 비정규직이 있으면 안 되는 기관”이라며 “똑같은 공간에서 출·퇴근 등 모든 일을 같이 하는데 누구는 공무원이고 누구는 비정규직인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의 다른 학교 급식실에서 비정규직으로 6년간 근무했다는 곽수란 학비노조 서초지회장은 “교장, 교감, 교사들은 서로 마주치면 인사하면서 비정규직에게는 인사도 안 한다”며 “비정규직을 학교 구성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학교 현장에서의 불만을 토로했다. 곽 지회장은 “교장 등은 비정규직이 학교의 일원이라고 하지만 말뿐”이라며 “집회와 행진을 통해 학교비정규직의 처우가 개선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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