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폐이식 팀은 지난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전체 폐이식 수술 642건 중 절반에 가까운 300여건을 집도했다. 다양한 ‘국내 최초’ 기록도 갖고 있다.
팀장인 백효채 흉부외과 교수는 1996년 연세대 영동세브란스병원(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이두연 교수와 함께 국내 처음으로 일측 폐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세브란스병원 폐이식 팀은 2009년 양측 폐 재이식, 2010년 조혈모세포 이식 후 거부반응 환자의 폐이식, 2015년 폐이식·심장혈관 우회로 동시 수술 등 숱한 국내 최초 타이틀을 갖고 있다. 2000년 양측 폐이식, 2002년 성인 심장·폐 동시 이식, 2015년 간·폐 동시 이식, 2016년 신장·폐 동시 이식에도 성공했다.
백 교수는 “폐이식 수술은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풍부한 경험과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폐이식 팀의 긴밀한 협력체계는 ‘다학제 진료’가 뒷받침한다. 수술을 직접 하는 흉부외과 의료진뿐 아니라 장기이식센터·호흡기내과·감염내과·심장내과·영상의학과·재활의학과·중환자실·마취통증의학과·간호국·물리치료실·사회사업팀·정신건강의학과·신경과·치과 등 폐이식 팀에 속한 의료진이 다학제 진료를 통해 언제라도 수술에 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백 교수는 체외막산소화장치(ECMO)를 이용한 폐이식 수술에도 국내 처음으로 성공해 2013년부터 모든 폐이식 때 적용하고 있다. 2010~2014년 폐이식 팀이 ECMO를 이용해 폐이식 수술을 한 환자들의 수술 1개월 후 생존율은 95.1%로 체외순환기 이용 환자의 생존율인 75.6%를 크게 웃돌았다.
폐는 이식하자마자 외부 공기 속 박테리아·바이러스·곰팡이균 등의 유해요소와 접촉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이식 장기에 비해 이식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다량의 면역억제제가 감염 위험을 높이고 5년 생존율을 낮추는 요인이다. 폐이식 환자의 1년 생존율이 80~90%로 크게 향상됐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5년 생존율이 50~60%에 그치는 실정이다. 따라서 환자들은 면역억제제를 비롯해 주치의가 처방하는 약의 용량을 지켜 제때 복용하고 규칙적인 외래검진을 통해 합병증을 조기 진단하고 관련 처치를 받아야 한다.
폐이식을 받는 환자는 폐가 점점 딱딱해지면서 굳어지는 간질성 폐섬유화증을 앓는 경우가 절반을 웃돈다. 류머티즘관절염이나 루푸스·피부근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폐를 침범해 폐섬유화가 동반된 경우가 많다. 골수이식 후 폐에서 생기는 거부반응, 기관지 협착증, 폐기종, 폐동맥고혈압 환자도 폐이식 대상이다. 반면 폐암 환자는 공여 장기가 제한돼 있는데다 폐이식 후 거부반응이나 감염·재발 위험이 커 제외된다.
이식한 폐가 제 기능을 회복하기까지 보통 6개월~1년 정도 걸린다. 이때 환자의 예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할수록 폐가 빨리 제 기능을 찾고 더 빠른 일상복귀가 가능해진다. 백 교수는 “이식 후 폐 기능이 좋아져 등산 등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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