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인어공주’ 실사영화 주인공에 흑인 할리 베일리(19)가 이례적으로 캐스팅되면서 캐스팅의 적합성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덴마크 소설이 원작인 인어공주에 흑인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과 이번 캐스팅을 지지하는 입장이 팽팽히 갈리고 있다.
4일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 리포터 등에 따르면 할리 베일리가 ‘인어공주’의 주인공인 아리엘 역에 낙점됐다고 보도했다. 디즈니도 공식 SNS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알렸다. 외신에 따르면 ‘인어공주’ 실사영화의 감독인 롭 마셜은 “할리 베일리는 이 역할에 본질적으로 필요한 요소들인 정신력, 마음, 젊음, 순수함 뿐 아니라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 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자 베일리는 자신의 SNS에 만화 영화 인어공주의 사진과 함께 ‘꿈은 이뤄진다 (dream come true)’는 글을 게재했다. 이번 캐스팅에 대해 CBS는 “인종 문제에 민감한 미국 사회에서 베일리의 캐스팅은 백인 공주 역할에 흑인 배우를 캐스팅한 이례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베일리는 언니인 클로이와 함께 R&B 듀오인 클로이 앤 핼리 (CHLOE X HALLE)‘로 유명세를 탄 가수다. 이 그룹은 지난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뉴 아티스트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원작 애니메이션의 아리엘이 흰 피부에 빨간 머리를 하고 있지만 실사영화 주인공으로 낙점된 할리 베일리가 까만 머리의 흑인인 까닭에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비판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디즈니가 계속된 ‘화이트 워싱’ 논란을 지나치게 인지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디즈니는 지난해 자사 애니메이션인 ‘주먹 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Ralph Breaks the Internet)’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화이트 워싱(whitewashing)’ 논란에 휘말렸다. 화이트 워싱은 백인이 아닌 역할에도 무조건 백인을 캐스팅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디즈니는 개봉을 한 달 앞두고 부랴부랴 등장인물을 다시 그리기도 했다.
반대로 디즈니는 1997년 실사영화인 ‘신데렐라’에서 주인공 역을 흑인 가수 브랜디에 맡긴 적도 있다.
주연 배우를 유색인종으로 캐스팅한 디즈니의 결정을 칭찬하는 여론도 형성됐다.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에서는 그녀의 캐스팅을 지지하며 인어공주와 베일리를 합성한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편 할리 베일리의 캐스팅에 이어 인어공주의 남자 주인공 에릭 왕자 역할은 누가 맡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여자 주인공에 대해서도 파격 캐스팅을 한 만큼 왕자 캐스팅도 파격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SNS에서는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이 언급되고 있다. 일부 방탄소년단 팬들은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을 캐스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에 제작하는 인어공주 실사판 영화에서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 출연한 한국계 미국 배우 아콰피나(본명 노라 럼)가 인어공주의 친구인 스커틀 역을 맡았다. 유명 코미디 배우 멜리사 매카시가 악역인 우슬라 역을, 제이컵 트렘블레이가 플라운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또 이번 영화에선 1989년 애니메이션에서 사용된 기존 음악과 더불어 당시 음악 감독이었던 앨런 멘켄 등이 새롭게 만든 음악이 쓰인다. 영화는 2020년에 개봉될 것으로 보인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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