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공시가격을 내려야 할 곳은 여긴데 가만이 있다 바보 됐네요. 부자도 아니고 영악하지도 못한 저희 잘못이죠.” (고양시 거주자 A씨)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아파트의 공시가격 통째 수정 논란이 확산되면서 공시가 하향 조정을 받지 못한 단지 주민들의 반발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공시가격 조정은 아파트 소유자 일부의 이의신청에 따라 이뤄졌다. 이의신청이라도 했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들려온다.
지난 2005년 주택 공시제도가 도입된 이래 아파트 단지의 공시가가 통째로 번복된 것은 유례가 없는 만큼 그럴 만도 하다. 4월 확정고시 가격이 발표됐을 때 29억5,200만원이던 갤러리아포레 6층 전용 217.44㎡의 공시가가 27억400만원으로 정정됐다. “이의신청 검토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 한국감정원의 설명이다. 떼쓰는 이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고무줄 공시가’다.
해마다 공시가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돼왔다. 정부가 공시가 산정 기준을 전혀 공개하지 않는 점이 불신의 원인이 됐다. 공시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국토교통부의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에 연도별 가격만 나와 있을 뿐이다. 한국감정원 직원이 550명인데 직원 1명당 평균 2만4,000여가구의 공시가격을 정할 정도로 인력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감정원이 공시가격을 스스로 조사·산정하고 셀프 검증하는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공시가격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세금을 내더라도 세금의 기초가 되는 공시가격이 어떻게 산정되는지를 아는 것이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는 것이다. 제3자에 의한 산정 방식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전문가인 제3자가 산정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또 이의신청이 있을 경우에도 지금과 같이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하기보다는 주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wo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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