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상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전문 상담인력을 갖춘 상담소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명칭의 민간 상담사 자격증이 많아 이용자들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명확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현재 여성가족부에서 시행하는 ‘청소년 상담사’와 보건복지부에서 발급하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를 제외하면 모든 상담 관련 자격증은 국가가 아닌 민간단체들이 발급하고 있다. 국가자격 관련 법령으로 신설하는 국가자격과 달리 민간자격은 민간단체가 관리·운영하는 자격증이다. 자격기본법에 따르면 법에 저촉하지 않고 생명·건강·안전에 직결되지 않는 분야라면 누구든지 자격증을 만들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신청해 민간자격을 등록하고 운영할 수 있다. 자격 등록 시 자격 분야와 연관된 각 정부 주무부의 검토만 통과하면 된다.
이에 따라 상담 분야에만 4,400여 개가 넘는 민간자격증이 운영되고 있다. ‘상담심리사’와 ‘심리상담사’가 대표적이다. 한국상담심리학회에서 발급하는 ‘상담심리사’는 심리적 부적응을 겪는 개인 또는 집단에 대한 심리평가를 진행한다. 상담 관련 분야의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거나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학회가 인정하는 수련감독자의 감독하에 1~3년 이상의 상담경력을 가진 자만이 자격증을 부여받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1일까지 ‘상담심리사’ 1·2급을 취득한 사람은 총 6,632명으로 집계된다.
반면 상담심리사와 비슷한 업무를 진행하는 ‘심리상담사’는 상담 경험이나 수련 없이도 비교적 손쉽게 해당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한국심리상담협회가 만든 ‘심리상담사’ 자격증은 18세 이상 성인이 필기시험에서 평균 60점 달성 후 단기 직무교육을 이수하면 취득할 수 있다. 지난 2015~2018년까지 한국심리상담협회가 발급한 ‘심리상담사’ 자격증은 총 1만1,005개다. 한국심리상담협회 관계자는 “심리상담사는 독학으로도 딸 수 있다”며 “상담 경험을 쌓으려면 주위 가족들을 상담해 보거나 복지관에서 일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규제사항이 딱히 없어 상담 경험이 부족해도 자금이 있으면 심리상담소 개소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자격증정보원이라는 기관이 운영하는 ‘심리상담사’ 자격 역시 필기시험 통과 후 직무교육만 이행하면 취득할 수 있다.
‘상담심리사’와 ‘심리상담사’의 명칭이 비슷하다 보니 이용자들도 명확히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현재 운영 중인 심리상담소 상담진 중에는 ‘상담심리사’ 자격자와 ‘심리상담사’ 자격자가 혼재해 있다. ‘상담심리사’가 센터장으로 있는 Y상담소와 ‘심리상담사’가 센터장으로 있는 K상담소 관계자 모두 “상담진과 상담 대상자 성격에 따라 상담 진행 방식이 다 다르다”며 “명확하게 정해진 상담 방식은 없다”고 말했다. 무기력증과 우울증으로 상담센터 방문을 고려했던 대학생 A 씨(25)는 “급하게 상담이 필요해도 어떻게 하면 믿을 만한 상담사를 찾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심리상담사와 상담심리사가 똑같은 자격을 가진 전문가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심리상담 관련 민간자격 등록을 검토하는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자격기본법에 따라 각 주무부처는 민간자격 검토 시 자격 명칭이 ‘국가자격증’과 중복되는지, 자격 분야가 불법인지 두 가지 여부만 확인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민간자격 등록제도 취지가 규제목적이 아닌 민간에서 자격증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데 있어 민간자격증 신청 요건을 세세하게 규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자격기본법에 따라 자격관리 운영계획을 수립하는 일은 교육부 업무다.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 관계자는 “민간자격증 남발과 부실운영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어 관련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등록갱신제’로 민간자격에 유효기간을 두고 ‘서류비치 의무제’를 통해 민간단체가 충분히 자격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황민아 인턴기자 noma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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