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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 걸리면 정신질환까지...초기에 함께 치료해야

불안장애·우울증 등 발병 위험

건선 없는 사람의 2.2~2.9배

진단후 2~6개월만에 동반 많아

피부·정신과 동시에 치료 중요

86%는 관절통·손발톱 함몰 등

합병증 경험 불구 치료엔 소홀도

난치성 피부질환인 건선 환자는 불안장애·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이 건선이 없는 사람의 2.2~2.9배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건선 진단 이후 2~6개월 만에 정신질환이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피부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초기에 함께 치료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팀이 지난 2002~2013년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또 대한건선학회가 건선 환자 495명을 조사해보니 86%가 손발가락 관절통 등 건선성 관절염, 손발톱이 움푹 파이거나 구멍이 생기는 등의 합병증을 경험했지만 의사와 환자 모두 적극적 치료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건선은 피부 표피의 과도한 증식과 진피의 염증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난치성 피부질환이다. 팔꿈치·무릎·정강이·엉덩이·머리 등 피부에 울긋불긋한 발진이 생기고 그 위에 은백색 비늘 같은 각질이 겹겹이 쌓여 비듬처럼 떨어진다. 방치하면 온몸으로 번져나가며 심한 가려움증과 피부 갈라짐으로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개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다가 환경이 악화하면 발생한다. 20대 전후에 처음 발생해 호전·악화를 반복하며 10~20년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음주·흡연·비만·감염과 건조한 날씨는 건선의 악화요인이다.

건선은 면역세포 중 T세포의 활동성이 증가해 피부 각질세포를 자극하고 과다증식시켜 염증을 일으키는 게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헬퍼 T세포 유형17(TH17)과 관계된 신경면역 상호작용이 불안장애·우울증 등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노출의 계절 여름에는 환부가 드러날 수밖에 없어 감염병에 걸린 것으로 오해를 받거나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팔꿈치·목 뒷부분에 생긴 건선. /사진제공=상계백병원






◇건선 진단~우울증 등 발병 소요기간 남녀 차 2배 이상=이 교수팀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건선 환자 1만2,762명의 정신질환 발생 위험도가 일반인보다 불안장애 2.9배, 신경증성 장애 2.7배, 정신적 갈등 때문에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신체형 장애’와 정신적 수면장애 2.6배, 우울증 2.2배, 급성 스트레스 반응 1.25배 높았다.

건선 진단 이후 정신질환 발병확률은 1만명당 신경증성 장애 16명(0.16%), 불안장애 14명, 신체형 장애 13명, 우울증 12명, 정신적 수면장애 5명, 급성 스트레스 반응 3명 순이었다. 신경증성 장애와 불안장애 발병확률은 남녀 모두 똑같이 높았지만 우울증은 여성(0.18%)에서, 신체형 장애는 남성(0.16%)에서 유독 높았다.



건선 진단 이후 정신질환 발병까지 걸리는 기간은 신경증성 장애가 224일로 가장 길었고 우울증 197일, 정신적 수면장애 94일, 신체형 장애와 불안장애 86일, 급성 스트레스 반응 61일 순이었다. 남성은 신경증성 장애(280일)와 불안장애(113일) 외에는 여성보다 발병까지 걸리는 기간이 짧았다.

남녀 간 발병 소요기간이 2배 이상 차이 나는 정신질환은 우울증(여성 268일, 남성 54일), 급성 스트레스 반응(여성 98.5일, 남성 24일), 정신적 수면장애(여성 104일, 남성 43일), 불안장애(남성 113일, 여성 53일)였다.

이 교수는 “건선 환자의 정신질환 위험도가 높고 일부 질환은 2∼3개월 안에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건선 진단과 동시에, 늦어도 불안장애·우울증·불면증 등이 나타났을 때부터는 피부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함께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증 건선 환자 35~51%가 손발톱 함몰·관절염 경험=건선은 피부뿐만 아니라 전신의 염증 반응을 유발해 당뇨병 등 대사질환과 고혈압·심근경색·심부전 등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를 높이고 다른 자가면역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 가장 흔한 동반질환은 건선성 관절염. 10명 중 3명에서 동반되는데 손발톱 건선이 있으면 건선 관절염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3배가량 높다.

대한건선협회가 올 4월 건선 환자 495명을 조사했더니 86%가 건선성 관절염 등 합병증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환자들이 경험한 합병증(복수응답)은 손발톱 함몰·구멍(34%), 손발가락 관절통(28%), 기상 후 관절의 뻣뻣함(27%), 손발가락 관절부종(24%), 발뒤꿈치 통증(19%) 순이었다. 환부 크기가 손바닥의 10배 이상인 중증 건선 환자 가운데 합병증 경험자는 손발톱 함몰·구멍 51%, 손발가락 관절통 41%·관절부종 35%로 환부 크기가 손바닥의 3배 미만인 경증 환자(31%, 26%, 18%)보다 1.6~2배 많았다.

건선 환자 10명 중 7명은 건선성 관절염이 건선의 주요 동반질환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증상에 대한 치료와 관리는 환자와 의사 모두 미흡했다. 환자 3명 중 2명은 의사가 건선성 관절염 증상을 전혀 물어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의사에게 관련 증상을 설명하거나 질문한 환자는 5명 중 1명(중증은 3명 중 1명)에 그쳤다.

김성기 대한건선협회 회장은 “많은 건선 환자가 건선성 관절염 증상이 있지만 치료와 관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건선성 관절염은 류머티즘관절염보다 진행 속도가 빨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6개월 내 관절이 영구적으로 변형돼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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