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폭염과 홍수, 우박 등 기상이변에 몸살을 앓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유럽은 이미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훨씬 넘는 극한의 고온 날씨에 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북극해와 맞닿은 알래스카도 30도가 넘는 기록적 고온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멕시코는 난데없는 우박에 도시가 얼음에 파묻히기도 했다. 또 일본과 중국, 인도·러시아 등에서는 폭우와 홍수로 사망자가 나오는 등 기상이변이 지구촌 곳곳을 강타하고 있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당분간 지속 될 것으로 보여 해당 지역의 관광 산업과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동토의 땅’인 알래스카도 폭염의 열기를 피하지 못했다.
6일(현지시간) 미 국립기상청(NWS)는 오는 8일까지 미국 알래스카주에 30도 이상의 기록적 고온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NWS는 “이 기간 매일 기온이 최고 기록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며 앵커리지 국제공항을 기준으로 1969년 6월 14일 관측된 종전 최고기록인 섭씨 약 29.4도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래스카에 폭염이 이어지면서 산불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고, 빙하가 녹으면서 침수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알래스카 주택들의 대부분이 더위 보다는 추위를 막기 위한 방향으로 설계돼 있어 에어컨도 없는 집안에서 알래스카 주민들이 더위에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도 폭염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달 28일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 지역이 45.9도를 기록하는 등 이례적으로 일찍 찾아온 ‘찜통 더위’에 유럽 지역의 지난달 평균 기온은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몽펠리에 지역의 이전 고온 기록은 지난 2003년에 기록한 44.1도가 최고 기록이었다. 당시 1만5,000여명이 열사병 등으로 사망했다.
특히 유럽은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일반 가정이 많아 폭염 피해가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녜스 뷔쟁 프랑스 보건장관은 최근 폭염에 대해 “생명에 위험을 미치는 수준”이라며 바깥 활동을 자제할 것을 국민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더위는 최근 인도와 중국 등 아시아지역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인도는 지난달부터 시작된 폭염으로 100명 이상이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특히 비하르주에서는 지난달 15일~16일 이틀간 70명 이상이 폭염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지난달 델리에서는 최고기온이 48도로 6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라자스탄의 사막도시 추루는 최고 50.6도까지 기온이 치솟았다.
중국도 산둥성 지역과 톈진, 선양, 허베이성 등에서도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더위 뿐 아니라 급작스런 폭우로 인한 피해가 전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인도 서부에서는 10년 만의 최대 폭우로 댐이 붕괴해 6명이 숨지고 18명이 실종됐다. 특히 뭄바이에만 하루 동안 375.2㎜가 내리고, 마하라슈트라주 교외 지역에는 최고 944㎜의 물 폭탄이 쏟아지는 등 7월 강수량으로는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시베리아에서도 폭우로 인한 물난리고 12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다. 지난 1일 러시아 남동부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주에 큰비가 내려 수십개 마을에 홍수가 발생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일본에서도 규슈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폭우가 내리며 수만명의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가고시마현 히오키시에선 24시간 동안 강우량이 320㎜를 넘어 관측 사상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에서는 난데없이 우박을 동반한 폭풍이 몰아치면서 수많은 주택과 차량이 파괴됐다.
1일 AFP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할리스코주의 주도인 과달라하라에선 전날 갑작스레 다량의 우박이 내리면서 시 외곽 6개 지역에서 무려 2m 깊이로 얼음 알갱이가 쌓였다.
현지 당국은 이로 인해 주택과 상가 등 건물 200채가 파손됐고, 언덕 주변에선 주차돼 있던 차량 50여대가 밀려 내려온 우박 더미에 휩쓸렸다고 밝혔다.
기상이변에 따른 피해로 인해 경제적 손실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6월의 유럽 날씨는 쾌적한 기온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지만 최근 폭염으로 인해 관광객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전철이나 버스의 운행정지 및 항공기 결항 등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제노동기구(ILO)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손실 규모는 1995년 2,800억달러 수준이었지만 2030년에는 2조4,0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ILO는 기온이 35도 이상이 되면 노동자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생산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세계기상기구(WMO)도 2015년 이후 5년 연속으로 더위 기록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건강과 환경, 농업 분야에서 열파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후변화에도 각국의 입장이 달라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과 유럽 일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온난화 대책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기후변화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도 늦어지고 있다”며 “각국의 대응책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 기후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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