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우리 정부도 본격 대응에 나섰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5대 그룹 총수들과 회동한 데 이어 이번주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30대 그룹 총수들과 간담회를 열어 일본의 조치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전방위로 대책 마련에 나선 점은 다행이다. 문제는 방향이다. 혹시라도 정부가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경제보복 카드를 꺼낸다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이렇게 되면 양국 모두 엄청난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의 발단과 전개과정에는 정치적 동기가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그렇고 이후 일본의 대응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해결책도 궁극적으로는 정치와 외교에서 찾아야 한다. 정부는 미국과 중국·유럽연합(EU) 등 피해가 예상되는 국가들과의 공조를 통해 국제 여론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도록 노력하는 한편 일본과의 정치적 해결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한일 외교가에서 제기되고 있는 조속한 정상회담 개최 목소리를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얽히고설킨 글로벌 서플라이체인망 속에서 보복의 악순환을 낳는 치킨게임은 모두를 피해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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