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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범 뒤처리에 한해 5억 혈세 날려

지자체, 피해자 치료비 지급하고

소극 대응으로 구상권 청구안해

가해자가 낼돈 작년에 징수 '0'

영암 베트남 아내 폭력남편 구속

전남 영암군에서 한국인 남편 A씨가 두살 아들을 앞에 두고 베트남 이주 여성 B씨를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최근 한국인 남편이 베트남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사건을 놓고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가정폭력 피해자의 치료 비용을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지원한 뒤 가해자에게서 받아내도록 한 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가 구상권 청구에 소극적인 탓에 가해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국민 혈세로 충당되는 것이다. 두살배기 아들을 앞에 두고 남편에게 맞아 전치 4주 진단을 받은 베트남 출신 여성에 대한 치료비 역시 남편에게서 받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다.

8일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자체가 가정폭력 피해자의 치료를 위해 우선 지급한 예산은 4억8,200만여원에 달했지만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비용을 징수한 경우는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가정 폭력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는 가해자가 지급해야 한다. 단 가해자로부터 피해자가 제때 비용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될 때 국가가 우선 치료비를 지급한 뒤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이 현실에서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가부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가 구상권을 행사하려면 피해자의 치료 비용이 5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해당하는데 현실에서 그런 경우가 많지 않다”며 “(조건이 부합되는 경우에 한해) 지자체에 구상권 행사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구상권 청구에 드는 인력과 비용을 고려할 때 지자체들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난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한 서울 서대문구청 측은 “구상권 행사 과정에서 가해자의 강력한 거부에 직면하고 심지어 민원 제기를 받기도 하는 등 행정 담당자로서 겪어야 할 이차적인 어려움이 컸다”며 “가정폭력 행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조항 역시 강제성이 없어 담당자 입장에서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서대문구청에서도 지난해 구상권을 청구했지만 실제로는 가해자에게 비용을 징수하지 못했다.



고개 숙인 ‘베트남인 무차별 폭행’ 남편 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남편 A(36)씨가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나와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한편 이날 베트남인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남편 A씨는 특수상해 및 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됐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광주지법 목포지원 나윤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아내와)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도 달랐다”며 “그것 때문에 감정이 쌓였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무차별 폭행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면서 가해자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허진 기자 목표=김선덕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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