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이 병원에서 119구급대원으로 직장을 옮기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8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간호사 출신 구급대원 수는 591명에 달했다. 지난 2014년 140명에서 4년 새 네 배 이상 급증했다. 간호사는 소방청이 실시하는 경력공채를 통해 구급대원이 될 수 있다. 응급구조사 1급 자격증 또는 간호사 면허증을 취득하고 병원 등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구급대원 경력공채에 지원할 수 있다.
소방청은 매년 상반기에 구급대원 경력공채를 실시하며 올해는 4월부터 각 시도별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5월 말 기준 현재 전체 구급대원 수는 1만882명이고 이 중 간호사 출신이 20%에 달하는 2,109명이다. 소방청의 한 관계자는 “올해 경력공채에서 뽑히는 간호사 출신은 600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이 구급대원으로 전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병원 내 고질적인 ‘태움’ 문화 때문으로 알려졌다. ‘태움’이란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괴롭히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로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이다.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간호사들의 악습인 ‘태움’ 때문에 자살하는 간호사들이 생겨나는 등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올해 2월부터 전국 종합병원 11곳을 근로감독한 결과 태움 문화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의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때리고 욕하고 퇴근을 못하게 하는 ‘태움’이 없는 병원은 전국에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라며 “간호사의 경력을 살려 옮길 수 있는 곳이 구급대원이라 많은 간호사가 119를 선망하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간호사 출신의 한 구급대원은 “내 할 일만 잘하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고 괴롭힘 문화도 없는 119에 오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며 “나도 태움을 피해 119로 왔는데 여기는 악습도 없을뿐더러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간호사처럼 인명을 구하는 보람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간호사의 구급대원 전직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나 통계는 없지만 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태움’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며 “소방공무원이라는 안정적 신분도 구급대원 전직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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