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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R&D 발목 잡아놓고 "소재 국산화" 공염불 아닌가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에 포함돼 있는 핵심 소재를 국산화하기 위해 나섰지만 규제에 가로막혀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화 대상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와 불화수소(에칭가스)로 수출규제 핵심 세 개 가운데 두 개다. 포토레지스트는 연구개발(R&D)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불화수소는 강화된 환경규제에 무릎을 꿇었다. 정부가 소재부품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결국 규제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정부는 2000년부터 부품소재산업발전특별법을 제정해 관련 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소재부품 생태계 구축을 위해 포토레지스트를 포함한 120개 R&D 과제를 선정해 지난해부터 예비타당성 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첫 단계인 기술성 평가도 얼마 전에야 통과했다. 예타 문턱을 넘어선다고 해도 예산 편성을 고려하면 2021년이나 돼야 R&D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는 고순도 불화수소 생산에 나서려고 해도 강화된 규제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연구회는 “2012년 구미 불산 누출 사고로 화학물질관리법 등 규제가 강화돼 취급시설 기준이 기존 79개에서 413개로 5배 이상 늘었다”고 토로했다. 국내의 한 소재 가공업체가 불화수소의 자체 생산을 검토했지만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환경규제로 어려우니 포기하라고 권유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미중 갈등에 이어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는 부품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본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우리 경제의 숨통을 조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방치하면 우리 경제는 외풍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예비타당성과 관련된 품목에 대해 면제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 수출규제 품목의 국산화에 어떤 규제가 가로막고 있는지 서둘러 조사하고 해결에 정부와 정치권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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