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비롯한 유력 인사들에게 뇌물을 건네거나 여성을 지속적으로 폭행·협박하며 성관계 영상 등으로 억압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첫 재판이 의혹 제기 6년 만인 오늘(9일) 열린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50분께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 위반(강간등치상)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 씨의 첫 공판을 진행한다.
이날은 정식 재판인 만큼 윤씨가 직접 출석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윤씨는 구속 후 모든 진술을 거부하면서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씨는 지난 2006~2007년 김 전 차관에게 소개한 여성 이모씨를 협박해 김 전 차관을 비롯한 유력 인사들과 성관계를 맺도록 했다.
또 2006년 겨울께부터 이듬해 11월 13일 사이 세 차례 이씨를 성폭행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윤씨는 “법조계에서 엄청 힘이 센 검사이니 잘 모셔야 한다”며 김 전 차관을 이씨에게 소개한 것을 포함해 사회 지도층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의 성폭행 혐의 중 일부 사건에는 김 전 차관도 공범으로 가담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차관과 이씨 사이의 성관계에는 폭행·협박이 동원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김 전 차관은 성폭행을 한 것이 아니라 성접대를 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윤씨는 2011∼2012년 내연관계였던 권모씨로부터 부동산 개발사업비 명목으로 21억 6,000만원을 편취한 혐위를 받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 돈을 갚지 않으려고 부인을 시켜 자신과 권씨를 간통죄로 ‘셀프 고소’한 혐의도 받는다.
윤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권씨도 무고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윤씨는 2008∼2015년 골프장 인허가를 받아준다며 부동산개발업체 D레저에서 회삿돈 14억 8,730만원을 챙긴 혐의도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윤씨가 사기를 치거나 뜯어내려 한 액수는 44억여 원에 달한다.
김 전 차관 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별장 성접대’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씨는 처음 의혹이 제기된 2013년 김 전 차관과 함께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윤씨는 지인들을 속여 금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만 별건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윤씨가 과거 수사 때는 성접대 자체를 부인했으나 이번에 조사를 받으면서 성접대를 했고, 대가를 바란 것이었음을 인정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한편 1억7,000만원 상당의 뇌물과 성접대 등 향응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차관 측은 지난 5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