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대책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일본 정부의 에너지 기본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원전 업체가 안전대책 비용을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하면 발전 단가가 낮은 안정적 전력 공급원으로서의 원전 위상이 약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오키나와를 제외하고 일본에서 원전을 운영하는 간사이전력 등 9개 업체와 원전 건설 계획이 있는 J파워 등 총 11개사를 대상으로 안전대책 비용을 조사한 결과, 올 6월 기준 총 4조8,000억엔(약 52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안전기준이 강화되기 시작한 시점인 2013년 1월 예상했던 비용 총액(약 9,000억엔) 대비 6년여 만에 4조엔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계기로 2013년부터 한층 강화된 원전 안전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에 따라 원전 의존도가 높은 간사이전력의 경우 2,850억엔으로 잡았던 2013년 시점의 안전대책비 예상치가 올 6월 시점에선 3.6배인 1조250억엔으로 불어났다. 또 규슈전력은 가고시마 등지의 원전 2곳에 대한 테러대책 시설 비용으로 4,600억엔이 더해져 전체 안전대책 비용이 2013년 시점의 4배 이상인 9,000억엔대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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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2015년 예상한 2030년 시점의 발전 비용은 원전이 1㎾(킬로와트)당 10.3엔 이상으로 석탄화력(12.9엔)이나 태양광(12.5~16.4엔)과 비교해 싼 편이다. 그러나 원전 1기당 안전대책비가 1천억엔 증가하면 1㎾(킬로와트)당 발전 비용은 1엔씩 높아진다.
신문은 해외에서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의 1㎾당 비용이 10엔 밑으로 떨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원전의 비용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력업체가 원전 안전대책에 투입하는 비용은 결과적으로 전기요금에 가산되기 때문에 전기 소비자들의 부담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정부는 전체 전원 구성에서 차지하는 원자력 비율을 2017년의 3.1%에서 2030년까지 20~22%로 높이는 에너지 기본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는 안전대책 비용 증가로 발전 단가가 낮은 전력 공급원으로서의 원전 위상이 약화하면 일본 정부의 에너지 기본계획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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