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종철 열사가 사망했을 때 경찰에서 내사종결하려고 했는데 검찰의 변사사건 지휘를 통해 진상이 밝혀졌습니다. 수사지휘가 폐지되면 변사사건 지휘가 불가능해짐은 물론이고 눈에 띄지 않는 수많은 공백이 생깁니다.”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
“검찰이 수사지휘로 사건 암장을 막았다는 얘기를 유족이 들으면 당장 항의할 것입니다. 지난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박종철 열사의 유족을 찾아가 검찰도 사건 은폐 공범이라고 사과하지 않았나요.”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9일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가 마련한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에서는 각 수사기관 수사권 조정 실무자를 비롯한 양측의 토론이 벌어졌다. 특히 토론자들이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의혹 사건 등 실제 사건을 예시로 들며 공방이 다소 격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발제자로 나선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형사사법제도에서 검찰이 견제받지 않고 있다며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을 인정하고 영장청구권 견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용산세무서장 사건도 경찰이 해외로 도망간 사람을 잡아왔는데도 불구하고 영장 기각이 계속돼 결국 불기소 무혐의 처분됐다”며 “인신구속은 신중히 하되 범죄사실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은 경찰이 직접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접수사를 축소하고 종국적으로는 폐지하겠다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입장처럼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대안은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지휘하고 기소하는 것”이라며 “수사지휘는 수사가 아닌 기소를 위해 필요한 활동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정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두 번 수사받는 구조’를 고쳐달라고 했는데 현행 조정안으로는 달라질 게 없다”며 “현행 개혁안은 경찰·검찰의 이원수사 구조를 고착시키는 방안이자 ‘경찰을 위한 검찰개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약 2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변협이 수사권 조정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하게 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변협은 김현 전 협회장 시절이던 지난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현행 수사권 조정안을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현행안이 경찰 권한을 대폭 늘려 인권침해의 위험이 크다는 내용이었다. 변협이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찬성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변협 관계자는 “내부에서 논의가 상당 부분 이뤄졌지만 의견이 하나로 정리된 단계는 아니”라며 “찬반 입장 자체에 대해서도 회원 의견을 수렴하면서 열어놓고 논의해나가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찬희 협회장은 이날 심포지엄을 마무리하며 “변호사 입장에서는 검경 조사에 입회해보면 의뢰인의 기본권을 어떻게 보장하나 싶은 상황이 많다”며 “국민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조정안이 마련되도록 검경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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