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이 이르면 이달 중 시간당 7.25달러(약 8,550원)인 연방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15달러까지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같은 법안이 실행될 경우 130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의회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 2009년 이래 10년 만에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는 미국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오는 2025년까지 연방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면 130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12달러로 올릴 경우 발생할 실업자는 30만명, 10달러일 때는 고용에 미치는 영향(-5만~+5만명)이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주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현재 텍사스와 유타 등 21개 주는 연방 최저임금과 같은 7.25달러를 적용하지만 캘리포니아는 이보다 높은 12달러다. 연방 최저임금은 2009년 이후 단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다. 민주당은 2025년까지 연방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이며 이르면 이달 중 하원에서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진보 성향인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는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방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할 경우 1,700만명은 임금 인상에 따른 혜택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중 130만명은 연간 소득이 ‘빈곤선(poverty level)’ 위로 올라갈 수 있다. 15달러 이상을 받는 근로자 1,000만명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연쇄효과로 임금 소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CBO는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고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15달러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13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최악의 상황에서는 최대 370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CBO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도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고려하면 2025년까지 전체 가구의 실질소득은 되레 90억달러 감소한다.
보고서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WSJ는 “최저임금 15달러는 미 근로자들에게 행운이자 불행”이라며 “최근 매사추세츠대의 연구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영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워싱턴대에서는 시간제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정치권의 반응도 상반된다. 미 하원 노동위원회 위원장인 보비 스콧 민주당 의원은 “보고서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많은 이들에게 뚜렷한 혜택을 준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스티브 워맥 공화당 의원은 “만약 최저임금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근로자들이 직업을 잃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최저임금 법안이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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