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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칼럼] 북중관계 변화와 한반도 비핵화의 새 국면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정치외교학

中에 '체제보장' 약속받은 북한

판문점 북미정상회담 전격 수용

얼어붙었던 대화의 길 열었지만

비핵화+평화 새 접근법 과제로

한국의 중재자 역할도 재점검을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장.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전격 방북했다. 미중 무역마찰의 파고 속에 시 주석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이어 북한을 방문해 한반도 비핵화 교착국면을 타개하면서 중국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북한도 25만명을 동원한 시내 카퍼레이드, 10만명이 참여한 집단체조를 통해 홍콩시위로 리더십에 손상을 입은 시 주석에게 최대의 의전을 제공했다. 비록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연속 네 차례 중국을 방문한 것에 비춰보면 늦었지만 시 주석은 이례적으로 양국관계에서 ‘새로운’ 이라는 말을 열 세번이나 강조한 기고문을 ‘노동신문’에 싣고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전략적 협력이 강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번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초심’을 강조하며 ‘피로 응결된’ 양국의 역사적 관계와 사회주의 연대를 회복하고자 했다. 이는 지난해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사회주의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지는 변치 않을 것”이라고 밝힌 연장선에 있다. 둘째, 협력 심화이다. 이번 중국의 북한방문단에 먀오화 인민해방군 정치공작부 주임,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중산 상무부장을 포함해 새로운 안보협력과 경제협력 방향을 예고했다. 셋째, 민간교류 확대이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관광·학술·인적·지방·청년·체육교류를 더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평양-중국 다롄 노선을 신설하는 등 1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을 송출하면서 성의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넷째,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고 대화를 통해 북한의 합리적 관심사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하면서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북한에 중국판 안전보장을 제공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김 위원장도 중국의 후원을 업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동 제의를 전격 수용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세 번째 북미정상회담을 열었다. 사실 북한은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상황을 복기하면서 대화채널을 스스로 닫았다. 한국 정부의 인도적 지원도 거부했고 권정근 북한 외무성 국장은 “남조선 당국은 제집의 일이나 똑바로 챙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거친 말을 쏟아냈으며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해법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내년 도쿄 하계올림픽, 미국 대선, 한국 총선 등을 앞두고 국면을 전환하는 도발의 길과 ‘영변 핵시설+α’라는 추가카드를 통한 대화 모색의 길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했는데 여기에는 중국의 일정한 역할이 있었다.

곧 북미 정상이 합의한 대로 양측 실무회담이 열리고 협의 결과에 따라 북미정상회담도 재개될 것이다. 상황이 달라지면서 과거 셈법으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더구나 북한 체제안전보장이 현안으로 등장했다. 비핵 프로세스와 평화 프로세스를 결합하는 과감하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해졌다. 또 북미 관계와 북중 관계가 남북 관계를 앞서 나가는 상황에서 한국의 중재역할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다시 포옹함으로써 대화 재개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러나 여전히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라고 쓰고 북한 비핵화로 읽고 있고, 한반도 비핵화를 재래식 군축과 동맹의 업데이트로 연계하지 못하고 있으며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와 공동안보를 어떻게 연계하고 북한이 시장에 내놓을 영변 핵시설의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공론장에 올라오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었다. 외교 안보 참모들은 현안 해결에 매몰된 채 전략적 비전을 잃고 있지나 않은지, 대통령의 생각이나 보폭보다 뒤진 채 익숙한 경로를 걸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점검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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