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공중기동전력의 중추를 맡았던 UH-1H 헬기가 오는 2020년 완전 도태된다. 육군은 지난달 말 UH-1H 헬기를 교육 과정에서 제외, 도태 단계에 들어갔다. 육군은 노후화가 진행 중인 500MD 공격용 헬기 일부와 Bo-105 정찰용 헬기 전량을 2022년까지 현역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전력에서 제외되는 구형 헬기의 빈자리는 국산 수리온 헬기와 최근 초도시험비행에 성공한 경공격헬기(LAH)가 대신한다. 육군 항공의 전력 구조도 크게 바뀐다. 항공작전사령부가 총괄하는 중앙집중식 운용에서 군단급 부대가 직할 항공단을 직접 운영, 관리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UH-1H 헬기 도입 52년 만에 ‘아듀’=육군항공학교는 지난달 말로 UH-1H 헬기의 비행을 완전 중단했다. 비행 교육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 이상 운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육군은 남아 있는 2개 대대분의 UH-1H 헬기도 내년 말까지만 운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68년 처음 도입한 이래 52년 만에 퇴역을 앞둔 셈이다. UH-1H 헬기는 육군 발전사에서 각별한 존재다. 공중기동에 대한 개념도 전혀 없던 1960년대 중반, 월남전에 참전한 한국군이 미군의 헬기 지원을 받으며 입체적 기동 작전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도입한 기체가 바로 UH-1H 헬기다. 이전까지 육군은 표적 획득 및 연락용으로 프로펠러 소형 고정익기만 항공전력으로 보유했었다.
한국 육군이 처음으로 수송용 헬기를 도입하기 10년 전인 1958년 UH-19 헬기가 들어왔지만 운용 주체는 공군. 구조용으로 UH-19 헬기를 소량 운용하던 육군은 1967년 조종사 양성용으로 OH-23 경헬기를 도입한 데 이어 1968년 8월 제21 기동항공중대를 창설하며 공중 기동 능력을 키웠다. 미국이 1956년부터 1987년까지 31년 동안 생산한 이 헬기는 수많은 개량·파생형을 합쳐 약 1만6,000대가 출고된 베스트셀러. 서방진영 최다 생산헬기이자 표준 헬기로 군림했다. 한국 육군도 1978년까지 모두 129대를 도입해 공중기동 전력의 중추로 활용해왔다.
대한항공이 1990년부터 1999년까지 당시에는 최신형인 UH-60 블랙 호크 헬기 138대를 면허 생산하며 육군의 헬기 전력이 크게 강해졌어도 UH-1H 헬기는 한국 육군뿐 아니라 해군과 해병대·공군에서 여전히 귀한 존재로 대접받았다. 공중기동 전력이 증강되며 UH-60 헬기로 수요를 전부 감당할 수 없는 데다 부품 수급과 정비 등이 상대적으로 쉬웠기 때문이다. UH-1H 헬기는 생산량이 많아 다른 노후 기종과 달리 부품 확보에 큰 애로가 없음에도 도태가 결정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노후화와 국산 수리온 헬기의 등장이다. 올 5월 말까지 110대가 생산된 수리온 헬기는 신형인데다 전투물자나 무장 병력을 태울 내부 공간도 UH-1H 보다 훨씬 넓다. 해군도 2020년 초반에 보유 UH-1H 헬기(10대 미만)를 모두 도태할 계획이다.
◇500MD·Bo-105·코브라 공격헬기도 수명 오래 안 남아=UH-1H 헬기뿐 아니라 노후 헬기가 더 있다. 미국 보잉사가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대 말까지 생산한 코브라 헬기는 상당기간 더 운용될 예정이지만 운용 중인 500MD 헬기 가운데 토우 미사일을 장착한 디펜더형을 제외한 정찰 및 공격용은 내년 말까지 전력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UH-1H 헬기 전부와 500MD의 일부인 160여대는 전량 수리온 헬기로 교체될 예정이다. 1999년부터 3년 동안 12대가 들어온 독일 메서슈미트사의 Bo-105(한국항공우주산업이 조립생산) 정찰 및 경공격헬기도 이르면 2022년께 도태된다. 기령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보유수량이 적어 유지 및 관리 비용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Bo-105의 도태는 국산 경공격헬기(LAH) 개발과 맞물려 있다. 미국에서 직도입한 대형공격헬기인 AH-64 아파치와 LAH는 표적 획득과 유도 기능을 갖고 있어 정찰용 헬기의 도움 없이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같은 맥락에서 코브라 공격형 헬기 역시 LAH의 전력화 일정에 따라 도태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초도시험비행에 성공한 LAH 개발이 예정대로 2022년 말까지 끝날 경우 전력화가 진행될 2020년대 중반에는 코브라 헬기 세력의 급격한 도태가 예상된다. 군은 지금까지 LAH 개발 진행 과정과 성과에 만족하고 있으나 출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개 외산 노후기종, 2개 국산 신형으로 교체=종합하면 UH-1H 헬기를 비롯한 500MD, Bo-105, 코브라 헬기를 국산 수리온 헬기와 개발 중인 LAH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LAH의 개발이 지연되거나 성능 논쟁이 불거질 경우 구형 헬기의 교체가 지연될 수 있다. 대형공격헬기, 즉 AH-64 아파치를 추가 구매하기 위한 재원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국산 헬기 발주가 줄어들고 교체 일정도 영향받을 가능성도 높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도 변수로 꼽힌다.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되고 남북 신뢰구조가 구축될 경우 해외 구매든, 국산 개발이든 물량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
◇전력 구조도 동시에 개편=주력 헬기들의 도태가 거의 같은 시간대로 진행되지만 한국 육군의 헬기 전력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강해진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노후 헬기보다 신형 헬기들의 전력 지수가 높다. 외국산 대형 기체와 비교해 협소하다는 수리온 헬기의 내부 공간도 UH-1H 헬기보다 훨씬 넓다. 병력이든 물자든 수송능력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LAH의 공격력과 생존 능력 역시 500MD나 코브라 공격헬기보다 높다. 국내에서 부품 조달과 정비 수요를 해결할 수 있어 실제 전력지수 상승효과는 겉으로 드러난 제원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이유는 육군의 항공전력이 야전 중심형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 육군 항공전력, 야전 중심으로 개편=육군은 항공전력을 야전 위주로 전면 재배치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항공작전사령부가 모든 책임을 지고 전력을 운용하면서 필요한 부대에 배속시켜왔다. 앞으로 군단급 부대가 직접 항공단을 운용하면서 지휘와 관리 책임도 맡는 구조로 바뀐다. 미군과 같이 보병사단 휘하에 항공여단 체제로 바꾼다는 개념이다. 항작사가 창설된 2000년 4월 이전처럼 군단과 사단이 직할 항공대를 운영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다만 회전익기 보유 수량이 미군보다 적다는 점과 군단의 기능을 보강한 군 구조개편의 취지에 따라 항공부대가 사단 직할이 아니라 군단 직할로 들어간다.
육군은 이런 원칙 아래 이미 올 초에 특수작전용 전력의 지휘권을 항작사에서 특수전사령부로 넘겼다. 특수전사령부를 포함해 모두 8개인 군단급 부대가 항공단을 직접 운영하게 된다. 이를 위해 항작사 휘하의 기존 0개 항공단을 내보내는 한편 똑같은 수의 항공단을 신설할 계획이다. 항작사는 전구 차원에서 대형 공격헬기와 UH-60, CH-47을 운용하는 부대로 기능이 줄어든다. 중장 자리인 항작사 사령관도 소장 직위로 2021년 바뀔 예정으로 알려졌다. 육군 관계자는 “항공 전력을 국산 신형으로 일신함과 동시에 장군 자리를 줄이면서까지 조직을 야전 위주로 재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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