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이 번갈아가며 3번이나 보이콧하는 등 최저임금위원회는 파행을 겪었다. 정부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면 ‘관례’로까지 굳어진 위원회의 파행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자료에 계류 중인 주요 법안으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법을 올렸다. 고용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제도 개편은 현재 최저임금 심의·결정을 모두 담당하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이다. 노사정이 추천한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되는 구간설정위원회가 이듬해 최저임금 구간을 설정하면 노·사·공 각 7명, 총 21명으로 이뤄진 결정위원회가 그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다.
고용부는 애초 최저임금제도 개편안을 올해 진행되는 2020년 최저임금 심의·결정에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패스트트랙 등 정쟁으로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관철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고용부가 최저임금 개편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주요법안’으로 이를 명시하면서 추진 의사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고용부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이원화되면 파행이 상당히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서는 근로자위원의 ‘최저임금 1만원’ 요구에 맞서 사용자위원이 ‘동결 혹은 삭감안’을 내놓고 공익위원의 태도에 따라 근로자나 사용자 한쪽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는 그림이 일반적이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도 사용자위원이 두 번, 근로자위원이 한 번씩 위원회 참석을 거부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를 원천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간을 설정하게 되면 전문가들이 최저임금 인상 폭을 규제하는 ‘속도 조절’이 제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구조가 문제여서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이 16.4%, 10.9% 올랐다고 했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은 사실상 ‘삭감’ 수준”이라며 “고용부에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를 거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내년도 최저임금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구간 공식화’ 등이 추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만약 구간설정위원회가 구간을 너무 넓게 설정하면 파행은 반복될 것”이라며 “최저임금 구간 설정 요소를 정리하고 공식화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선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법에 산식을 아예 정해버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구간이 너무 넓다면 결정위원회가 다시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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